“1% 메달리스트·99% 들러리… 은퇴후엔 모두 부적응자”

“1% 메달리스트·99% 들러리… 은퇴후엔 모두 부적응자”

입력 2012-12-04 00:00
수정 2012-12-04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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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국가대표… 체육계에 쓴소리

“한국 스포츠가 잘나간다고요? 우리는 울분을 토합니다.”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스포츠복지포럼이 주최한 국내 최초의 스포츠 정책 토크쇼가 열렸다. 스피드스케이팅 제갈성렬, 핸드볼 임오경, 테니스 박성희, 인라인스케이트 궉채이 등 세계를 주름잡았던 은퇴 엘리트 선수들이 ‘스포츠를 흥(興)하라’는 주제로 쓴소리를 토했다. 1%의 메달리스트 육성에 주력해 온 기형적인 구조, 엘리트 선수의 은퇴 쇼크, 권력에 휘둘리는 체육계 풍토 등 한국 스포츠의 곪은 속살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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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내 최초의 스포츠 정책 토크쇼. 참석자들은 1%의 메달리스트 육성에 목을 매는 국내 체육계의 기형적 구조에 쓴소리를 날렸다. 왼쪽부터 인라인스케이트 궉채이씨, 테니스 박성희씨, 스피드스케이팅 제갈성렬씨, 핸드볼 임오경씨, 스포츠 평론가 최동호씨. 안민석 의원실 제공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내 최초의 스포츠 정책 토크쇼. 참석자들은 1%의 메달리스트 육성에 목을 매는 국내 체육계의 기형적 구조에 쓴소리를 날렸다. 왼쪽부터 인라인스케이트 궉채이씨, 테니스 박성희씨, 스피드스케이팅 제갈성렬씨, 핸드볼 임오경씨, 스포츠 평론가 최동호씨.
안민석 의원실 제공
제갈성렬 전 춘천시청 감독은 “지자체 내부 문제로 지난해 11월 팀 해체를 통보받고 3월에 갑자기 백수가 됐다.”면서 “선수 생활 16년, 대표 감독 4년을 하고 세계 1등도 했는데 막상 사회에서 할 일은 하나도 없더라.”고 회상했다. 제갈 전 감독은 “친구가 하는 세차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 벌이를 했다.”면서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를 땄는데 선수들 처우나 엘리트·학교스포츠 환경은 나날이 열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오경 서울시청 감독도 “지자체·기업의 예산삭감 1순위는 운동부”라면서 “20년간 국가대표를 하고 다섯 번 올림픽에 나갔지만 메달을 못 따면 천대받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운동과 육아를 병행했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여성 선수들의 임신·육아 정책도 건드렸다. 임 감독은 “2000년에 태릉선수촌 입촌을 한 달 앞두고 임신한 걸 알았다. 올림픽을 포기하고 한 달 내내 울며 방황했다.”면서 “여자 선수들은 임신은 꿈도 못 꾸고 혹시 하면 바로 은퇴”라고 꼬집었다. 출산 후 2주일 만에 코트에 복귀했고, 운동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자살 시도를 두 번이나 했던 기억도 털어놨다.

한국테니스 최초로 투어 대회에 도전했던 박성희씨는 “한국은 어렸을 때 운동만 하니까 선수로서의 정체성만 너무 강하다.”면서 “대부분 20~30대에 은퇴해 새 길을 찾는데 운동기계로 살던 선수들이 그때 사춘기처럼 자아 고민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스코틀랜드에서 ‘은퇴 선수의 방황’에 관한 박사 논문을 쓰고 지난 7월 귀국했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만 좇지 말고 선수들 삶의 질을 높이고 전인적으로 발달한 선수를 배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스포츠복지포럼은 이날 나온 내용을 정리해 ▲국가스포츠 전담부서 설치 ▲한국형 스포츠 골든플랜 수립 ▲유아·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스포츠복지 ▲초·중·고 매일 체육 실시 ▲체육인 복지증진 및 처우개선 등 ‘차기정부 체육정책 10대과제’를 발표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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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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