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못하는 선수 대학 못간다

공부 못하는 선수 대학 못간다

입력 2010-01-19 00:00
수정 2010-01-19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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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한일월드컵때 한국을 방문한 국제축구연맹(FIFA)관계자들은 정몽준 FIF A 부회장에게 “전 세계 축구선수들 중 한국 선수들의 학력수준이 가장 높을 것”이라며 감탄사를 늘어놓았다고 한다. 한국 선수들의 최종 학력이 대부분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대졸로 프로필에서 나타났기 때문. 정몽준 당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겸연쩍게 맞장구를 쳤다는 일화가 있다. 앞으로는 이런 어색한 상황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09년 축구를 시작으로 ‘공부하는 운동선수’ 를 육성하기 위해 나서고 있는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가 18일 ‘공부하는 학생선수 지원 시범사업’ 계획을 밝혔다.

교과부는 우선 학생선수의 수업 이수율을 2007년 70% 수준에서 2012년까지 100%로 높이기로 했다. 최소한 수업에 관한 한 일반 학생들과 차이를 두지 않겠다는 의미다. 또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학생선수들의 경기실적 외에 성적, 스포츠 봉사활동 등을 반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교과부는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올해부터 공부하는 학생선수 육성을 위한 학교 운영 모델을 개발하기로 했다. 4개 권역별(서울·강원,경기·인천,충청·호남·제주,영남)로 초·중·고교 3곳씩을 공부하는 학생선수 지원 시범학교로 선정해 3월부터 본격적인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선정된 학교는 서울·강원의 거여초(축구), 보인중(축구), 상문고(축구), 경기·인천의 성호초(축구),오산중(축구), 오산고(축구), 충청·호남·제주의 성거초(축구), 천안중(축구), 천안제일고(축구), 영남권의 명진초(농구), 금명중(농구), 중앙고(농구) 등 12곳이다.

교과부는 이와 함께 체육과학연구원이 개발한 스포츠과학프로그램을 훈련에 적용하고, 대학 및 종목별 협회의 협조를 얻어 우수선수에게 대학 진학, 해외 유학 등의 지원이 연계되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미 공부를 포기하고 운동에만 몰두하는 ‘엘리트 체육’이 만연해 있는 중·고등학교 현장에서는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아마야구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과 미국처럼 생활체육이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너무 앞서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일반학생들도 대학 입시 때문에 체육과목을 소홀히 하는데, 왜 운동하는 선수들의 학업 소홀만 문제 삼느냐.”며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2010-01-1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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