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꿀벌… “관찰만으로 학습 가능하다”

똑똑한 꿀벌… “관찰만으로 학습 가능하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3-03-09 01:21
수정 2023-03-09 01:2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퍼즐 풀면 설탕물 공간 진입 장치
꿀벌 28마리 문제 푸는 모습 관찰
2주 후 1마리 빼고 모두 문제 풀어

지형지물 많은 곳 풀어놓은 꿀벌
벌판서 출발한 것보다 빨리 귀가
사람처럼 시각 정보 길 찾기 활용

이미지 확대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꿀벌이 사라지면 과일 생산량 23%, 채소 16%, 견과류 22%가 줄어들어 매년 142만명 이상이 추가로 사망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신문 DB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꿀벌이 사라지면 과일 생산량 23%, 채소 16%, 견과류 22%가 줄어들어 매년 142만명 이상이 추가로 사망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신문 DB
지난해 이맘때쯤 전국 양봉 농가들은 봄철 꿀 수확기를 앞두고 꿀벌의 겨울잠을 깨우려 벌통을 열었다가 혼비백산했다.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져 버린 이른바 ‘꿀벌 실종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꿀벌 실종 원인은 기후변화, 살충제 사용, 그로 인한 면역력 저하와 방향감각 상실 등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2000년대 후반부터 꿀벌 집단 실종 현상, 대량 폐사 사건 등이 발생해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꿀벌이 줄어들면 식물의 수분(受粉)이 어려워져 수많은 과일과 채소, 견과류 등을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최근 생물학계에서는 꿀벌의 행태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다. 벌 개체수의 감소를 막기 위해서는 벌의 행동과 생태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 퀸 메리대 생명·행동과학부, 셰필드대 컴퓨터과학과, 뉴캐슬대 생명과학연구소, 중국 광저우 남방의대 심리학과 공동 연구팀은 꿀벌들도 사람처럼 다른 벌을 관찰함으로써 행동의 새로운 경향을 학습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연구팀은 이런 행동의 경향성이 인터넷 ‘밈’처럼 꿀벌 군집 전체에 빠르게 확산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미국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생물학’ 3월 8일자에 발표했다.
이미지 확대
꿀벌도 사람처럼 다른 꿀벌의 행동을 보고 학습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를 묘사한 일러스트. 플로스 생물학 제공
꿀벌도 사람처럼 다른 꿀벌의 행동을 보고 학습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를 묘사한 일러스트. 플로스 생물학 제공
이미지 확대
꿀벌이 퍼즐을 풀어 설탕물에 접근하도록 하는 실험 장면. 영국 런던 퀸 메리대 제공
꿀벌이 퍼즐을 풀어 설탕물에 접근하도록 하는 실험 장면. 영국 런던 퀸 메리대 제공
연구팀은 우선 퍼즐을 풀면 설탕물이 있는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 그다음 벌집에서 꿀벌 여섯 마리를 골라낸 뒤 퍼즐을 풀도록 훈련했다. 동시에 이 꿀벌들이 퍼즐을 푸는 모습을 다른 꿀벌 스물여덟 마리가 관찰하도록 했다. 약 2주 후 관찰자 꿀벌에게 퍼즐을 풀도록 한 결과 한 마리를 제외한 스물일곱 마리가 앞서 여섯 마리와 똑같은 방식으로 퍼즐을 푸는 것이 확인됐다. 꿀벌들도 영장류처럼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학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첫 사례이다.

연구를 총괄한 라르스 치트카 런던 퀸 메리대 교수(벌 행동학)는 “이번 연구를 포함해 꿀벌이나 개미 같은 곤충들이 생각보다 똑똑한 생물이라는 증거는 계속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마그데부르크 오토 폰 괴리케대, 베를린 자유대 공동 연구팀은 꿀벌도 길을 찾을 때 사람처럼 주요 경관 요소를 기준으로 삼는다고 8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최신 행동 신경과학’ 3월 6일자에 실렸다.
이미지 확대
등에 무선송수신기를 단 벌의 모습. 꿀벌도 사람처럼 시각 정보를 이용해 길을 찾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독일 마그데부르크 오토 폰 괴리케대 제공
등에 무선송수신기를 단 벌의 모습. 꿀벌도 사람처럼 시각 정보를 이용해 길을 찾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독일 마그데부르크 오토 폰 괴리케대 제공
꿀벌은 후각과 태양, 편광 패턴, 지구 자기장 등을 이용해 길을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런 요소 외에 다른 방법을 이용해 길을 찾는지 확인하기 위해 50마리의 꿀벌을 잡아 등에 10.5㎎ 무게의 무선 송수신기를 달았다. 꿀벌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은 큰 수로나 눈에 띄는 건물이 있는 지역에 풀어놓고 다른 집단은 특색이 없는 평야 지역에 풀어놓은 뒤 집을 찾아오는 경로와 속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눈에 띄는 지형지물이 많은 곳에 풀어놓은 꿀벌들이 더 빨리 집을 찾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GPS나 무선 비콘, 전파신호 등이 발명되기 이전 초창기 비행사들처럼 시각 정보를 이용해 길을 찾는다는 것이다.

에릭 불린저 마그데부르크 오토 폰 괴리케대 교수(시스템생물학)는 “기후변화나 살충제 과다 사용 등이 꿀벌의 시각 정보 활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추가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03-09 2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출산'은 곧 '결혼'으로 이어져야 하는가
모델 문가비가 배우 정우성의 혼외자를 낳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에 많은 충격을 안겼는데요. 이 두 사람은 앞으로도 결혼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산’은 바로 ‘결혼’으로 이어져야한다는 공식에 대한 갑론을박도 온라인상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출산’은 곧 ‘결혼’이며 가정이 구성되어야 한다.
‘출산’이 꼭 결혼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