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풀면 설탕물 공간 진입 장치
꿀벌 28마리 문제 푸는 모습 관찰
2주 후 1마리 빼고 모두 문제 풀어
지형지물 많은 곳 풀어놓은 꿀벌
벌판서 출발한 것보다 빨리 귀가
사람처럼 시각 정보 길 찾기 활용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꿀벌이 사라지면 과일 생산량 23%, 채소 16%, 견과류 22%가 줄어들어 매년 142만명 이상이 추가로 사망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신문 DB
꿀벌 실종 원인은 기후변화, 살충제 사용, 그로 인한 면역력 저하와 방향감각 상실 등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2000년대 후반부터 꿀벌 집단 실종 현상, 대량 폐사 사건 등이 발생해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꿀벌이 줄어들면 식물의 수분(受粉)이 어려워져 수많은 과일과 채소, 견과류 등을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최근 생물학계에서는 꿀벌의 행태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다. 벌 개체수의 감소를 막기 위해서는 벌의 행동과 생태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 퀸 메리대 생명·행동과학부, 셰필드대 컴퓨터과학과, 뉴캐슬대 생명과학연구소, 중국 광저우 남방의대 심리학과 공동 연구팀은 꿀벌들도 사람처럼 다른 벌을 관찰함으로써 행동의 새로운 경향을 학습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연구팀은 이런 행동의 경향성이 인터넷 ‘밈’처럼 꿀벌 군집 전체에 빠르게 확산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미국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생물학’ 3월 8일자에 발표했다.
꿀벌도 사람처럼 다른 꿀벌의 행동을 보고 학습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를 묘사한 일러스트. 플로스 생물학 제공
꿀벌이 퍼즐을 풀어 설탕물에 접근하도록 하는 실험 장면. 영국 런던 퀸 메리대 제공
연구를 총괄한 라르스 치트카 런던 퀸 메리대 교수(벌 행동학)는 “이번 연구를 포함해 꿀벌이나 개미 같은 곤충들이 생각보다 똑똑한 생물이라는 증거는 계속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마그데부르크 오토 폰 괴리케대, 베를린 자유대 공동 연구팀은 꿀벌도 길을 찾을 때 사람처럼 주요 경관 요소를 기준으로 삼는다고 8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최신 행동 신경과학’ 3월 6일자에 실렸다.
등에 무선송수신기를 단 벌의 모습. 꿀벌도 사람처럼 시각 정보를 이용해 길을 찾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독일 마그데부르크 오토 폰 괴리케대 제공
에릭 불린저 마그데부르크 오토 폰 괴리케대 교수(시스템생물학)는 “기후변화나 살충제 과다 사용 등이 꿀벌의 시각 정보 활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추가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03-0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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