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승계 위해 자본시장 근간 훼손”
1심은 피고인 14명 모두 무죄 선고
항소심 ‘바이오 분식회계’ 주요 쟁점
李 회장, 포춘지 선정 ‘사업가 100인’
4년 넘게 사법리스크로 경영 차질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사건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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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부당하게 합병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56)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5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이 회장은 1심에서 검찰이 적용한 19개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지난 8월 서울행정법원이 삼성바이오에서 일부 회계 부정이 있었다고 달리 본 터라 항소심 판결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5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백강진·김선희·이인수) 심리로 열린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그룹 총수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 근간을 훼손했다”며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앞서 1심에서 구형했던 것과 같은 형량이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73)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과 김종중(68) 전 전략팀장에게는 각각 징역 4년 6개월에 벌금 5억원을, 장충기(70) 전 차장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1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 회장과 미전실 임원들이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 등을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하면서 허위사실을 공표하고 시세를 조종하는 등 각종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 등은 특히 이 과정에서 2015년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의 회사 가치를 4조 5000억원가량 부풀리는 회계 부정에 관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항소심에서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판단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서울행정법원은 금융당국의 삼성바이오 징계가 정당했는지 여부를 심리하면서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했다’는 취지로 사실상 부정 회계 처리가 일부 있었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았다. 앞서 이 회장의 ‘불법승계 의혹’ 사건 1심 재판부가 분식회계를 인정하지 않은 것과 상반된 판결이다.
이 회장 등 피고인 14명은 지난 2월 1심 판결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두 회사의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만을 목적으로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당시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게 산정돼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한 검찰은 1심 결과를 뒤집기 위해 서울행정법원 1심 판결 등을 토대로 분식회계 혐의 입증에 총력을 기울이며 증거 2000여개를 새로 제출하기도 했다. 이날 검찰은 “이 사건 판결은 향후 기업구조 개편과 회계 처리 방향에 기준점이 될 것”이라며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앞으로 지배주주들이 위법·편법을 동원해 합병을 추진하고 사외이사들은 거수기로, 회계법인 등 전문가 집단은 거대자본에 종속돼 공정한 의견을 낼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이 회장은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업가 100인’에 한국 경영인 중 유일하게 선정됐지만, 4년 넘게 묶여 있는 ‘불법승계 의혹’ 사법리스크로 경영 보폭이 좁아진다는 평가가 많다. 이 회장이 2022년 정부가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복권된 뒤에도 이사회 복귀를 미루고 있는 게 한 예다. 5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 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자연스레 미래 먹거리를 위한 대형 인수합병(M&A)을 추진할 현금이 충분한 데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등 자산은 103조 7765억원에 이른다.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와 업황 부진까지 이어지며 주력 사업인 반도체에서 부침을 겪고 있어 타개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2024-11-2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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