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 제출’ 현행법까지 뭉갠 채… 秋, 참모들 만류에도 강행

‘공소장 제출’ 현행법까지 뭉갠 채… 秋, 참모들 만류에도 강행

김헌주 기자
입력 2020-02-05 01:50
수정 2020-02-05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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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된 실세 13명 공소장 비공개 파문

국회법 ‘행정기관 자료 요구 가능’ 적시
법무부, 피의사실 공표 훈령 근거로 막아

법사위 이례적 공소장 비공개에 반발
“의회 민주주의 무력화… 총선 의식하나”

한국당, 대검에 공소장 정보 공개 청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왼쪽).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구내식당으로 향하는 모습(오른쪽). 추 장관과 윤 총장은 검찰 인사와 현 정권을 향한 수사 등을 놓고 충돌을 거듭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왼쪽).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구내식당으로 향하는 모습(오른쪽). 추 장관과 윤 총장은 검찰 인사와 현 정권을 향한 수사 등을 놓고 충돌을 거듭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은 먼 곳에 있지 않다. 가까운 부분(공소장 제출)부터 개혁해야 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3일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 참석해 이같이 발언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시행된 새 공보규칙을 언급하며 피의자가 공소장을 받아 보기도 전에 국회를 통해 공소장이 외부로 반출되는 것도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로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가 4일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국회에 검찰의 공소장을 제출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추 장관의 전날 발언이 현실화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국회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더구나 법무부가 공소장 미제출 근거로 내세운 피고인의 재판받을 권리와 사생활·명예 등 인권 침해 우려, 피의사실 공표 가능성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현 정권 실세 등이 연루된 사건의 공소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총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 때문에 공소장 유출을 막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날 법무부는 이번 조치의 배경에 대해 피고인과 사건 관계인의 ‘인권’을 이유로 들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피고인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피의자 인권”이라고 말했다. 참모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추 장관은 비공개 결정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무부의 설명은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 그동안 검찰이 법원에 주요 사건 공소장을 제출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법무부를 통해 공소장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국회법 128조가 있기 때문이었다. 해당 조항은 ‘국회 본회의, 위원회 또는 소위원회가 그 의결로 안건의 심의 또는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와 직접 관련된 보고 또는 서류 등의 제출을 정부나 행정기관 등에 요구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4조에도 국가기관은 국회의 자료 요구 시 군사·외교·대북 관계에 관한 국가기밀이 아닌 경우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법무부가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려면 해당 자료가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의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해야 한다. 비공개 정보는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거나 ‘재판과 수사, 형 집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가 있어야 하는 등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법무부가 검찰로부터 공소장을 전달받고서도 비공개 결정을 내린 전례가 거의 없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법무부가 법령보다 하위에 놓여 있는 법무부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소장 제출을 거부한 것은 법 행정을 총괄하는 법무부가 법을 위반한 동시에 의회민주주의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당장 법사위 위원들은 법무부의 공소장 미제출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국회 고유의 기능을 무력화하고 국민 주권주의에도 위반되는 처사”라면서 “의회민주주의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 법무부에 항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보수당 오신환 의원은 “법무부가 범죄 피의자들의 변호인 역할을 자청하고 있으니 법치가 바로 서겠나”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김도읍 의원은 법무부에 비공개 사유 요청을 하는 한편 대검찰청에 공소장 정보 공개 청구를 했다. 검찰을 통해 직접 받아 보겠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종민 변호사는 “모범을 보여야 할 청와대와 법무부가 일관성을 깨고 정권을 위해서는 예외를 계속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진녕 변호사도 “법무부가 국민의 알권리는 나 몰라라 한 채 위법 행위를 감출 법적 권리만 행사하는 셈”이라면서 “형식적으로 공소 요지만 제출한 것은 형법상 직무유기의 맹점을 이용한 꼼수”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2020-02-0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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