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홍보 파트너’로 설문조사 대금 검토… 공보 예산 10억 편성

조선일보 ‘홍보 파트너’로 설문조사 대금 검토… 공보 예산 10억 편성

이민영 기자
이민영 기자
입력 2018-07-31 22:42
수정 2018-08-01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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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사법부 ‘언론 대응’ 전략

193개 문건 중 9건 제목 ‘조선일보’ 포함
칼럼·기고문 내용 담긴 문건 3개도 공개
상고법원 반대 한겨레엔 조국 교수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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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법원행정처가 31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에 언급됐으나 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던 문건 193건을 법원 내부 통신망과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공개된 ‘대통령 하야 가능성 검토’, ‘한명숙 사건 대법원 판결 이후 정국 전망과 대응 전략’, ‘조선일보 홍보 전략 일정 및 컨텐츠 검토’ 등의 문건.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법원행정처가 31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에 언급됐으나 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던 문건 193건을 법원 내부 통신망과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공개된 ‘대통령 하야 가능성 검토’, ‘한명숙 사건 대법원 판결 이후 정국 전망과 대응 전략’, ‘조선일보 홍보 전략 일정 및 컨텐츠 검토’ 등의 문건.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법원행정처는 언론, 그중에서도 조선일보를 주요 파트너로 삼았다. 31일 추가 공개된 문건 193개 중 9개 제목에 ‘조선일보´가 포함돼 있다. 신문, 방송, 지역지, 뉴미디어 등 언론홍보 방안을 다룬 문건은 총 20개다.

이날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기획조정실은 조선일보 사회부 차장, 법조전문기자 등을 만난 후인 2015년 3월 30일 ‘조선일보 첩보보고´라는 대외비 문건을 작성했다. 이 자리에서 조선일보 측은 ‘한명숙 사건 상고심에 대한 처리 독촉’을 했다고 나와 있다. 한 전 총리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정치자금 약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는데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2013년 9월 30일 대법원에 접수된 이 사건은 한참 지난 뒤인 2015년 8월 20일 유죄가 확정됐다. 조선일보 측은 사건처리 지연으로 인한 오해 소지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적혀 있다.

행정처는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전략을 치밀하게 세웠다. 설문조사, 좌담회, 칼럼 등을 통해 홍보하겠다는 방안이었다. 설문조사 주체를 조선일보로 하고, 비용은 법원의 광고비에 설문조사 실시 대금을 포함해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문건에는 ‘일반재판 운영지원 일반수용비’ 중 사법부 공보활동 활동지원 세목 9억 9900만원이 편성돼 있다고 적시됐다. 실제로 설문조사 결과가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상고법원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내용이 담긴 기획기사가 여러 차례 보도됐다. 조선일보 칼럼과 기고문의 내용이 담긴 문건도 3개가 공개됐다.

행정처는 한겨레 등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기사를 내보내는 언론에 대해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등을 활용해 공략할 계획도 세웠다. 행정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의 영향으로 한겨레에서 우호적 기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기획조정실에서 작성한 ‘상고법원 입법추진동력 붐업(boom-up) 방안 검토’ 대외비 문건에는 조 교수 명의 기고문을 한겨레에 게재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내용이 나와 있다. 이럴 경우 진보 진영의 단일한 공식 입장이 상고법원 반대가 아님을 확인시켜 민변 등의 반대 목소리를 잠재우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조 교수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일반 대중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여론 전반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2016년에는 법관인사 이후 비판 보도가 나오자 한겨레 및 진보 성향 매체의 분리·고립 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대응이 필요한 언론사를 선별해 행정처 국·실장들이 개별 접촉하되 중립적 매체를 통해 다른 논리가 보도될 수 있도록 검토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2018-08-0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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