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과 선긋는 李·安 “국정원 뇌물인지 몰랐다”

朴과 선긋는 李·安 “국정원 뇌물인지 몰랐다”

조용철 기자
입력 2017-12-19 22:34
수정 2017-12-20 00:2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국정원 특활비 상납’ 첫 재판

이 “朴, 靑특활비처럼 관리 지시”
안 측 “출처 어디인지 알지 못해”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19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첫 재판에 나와 뇌물수수 혐의를 나란히 부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국정원의 돈을 받아 전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이 있는 뇌물인지는 몰랐다는 취지다. 두 사람이 모두 사건의 최종 책임을 박 전 대통령에게 돌리면서 본격적인 재판을 앞두고 확실한 선 긋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지 확대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연합뉴스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연합뉴스
이들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가 진행한 첫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해 “상납의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하지 않아 뇌물수수 정범이 될 수 없다”고 공소사실에 대해 반박했다.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없는 준비기일에 두 사람이 모두 나오면서 재판부는 공판기일로 변경해 재판을 진행했다.
이미지 확대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연합뉴스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연합뉴스
특히 이 전 비서관은 자신의 혐의를 벗기 위해 박 전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대통령이 (국정원에서) 봉투가 오면 받으라고 해 내용물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면서 “봉투 안에 또 박스가 있어 그것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 부장판사가 “수년간 전달을 했는데 전혀 몰랐던 거냐”고 되묻자 이 전 비서관은 “두 번째 봉투가 왔을 때 대통령이 ‘청와대 특수활동비’처럼 관리하라고 말씀하셨다”며 “그 후 봉투를 열어 보고 나서야 돈이 있었던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이 전 비서관은 어떤 경위로 지원됐는지, 그게 특별사업비인지도 몰라 대통령과 공동정범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상납이) 특활비를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했다고도 볼 수 없어 뇌물, 국고 손실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 전 비서관의 변호인도 “국정원에서 보낸 돈인 줄은 알았지만 누가 보내는 것인지, 출처가 어디인지 알지 못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두 사람이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를 전달받는다는 걸 알고 있었고, 대통령을 대신해 상납을 적극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파악한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의 뇌물 수수액은 각각 33억원, 27억원이다.

재판부는 두 번째 공판기일은 다음달 9일 진행하기로 했다.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이헌수 전 기조실장에 대한 증인신문은 같은 달 26일로 예정돼 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7-12-20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