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풀지 못한 숙제들
22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최순실(60·구속기소) 국정농단 의혹사건 규명을 위한 특검법’은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의 문건 유출’ 등 14개의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단서를 통해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건까지 포함할 수 있다’고 해 대상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이른바 ‘세월호 7시간 의혹’을 비롯해 김기춘(77) 전 비서실장의 최순실 게이트 개입 의혹 등도 수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김 전 비서실장 역시 특검의 칼날에서 비켜서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씨를 전혀 모른다”는 김 전 실장의 주장과는 달리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김종(55·구속)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김 전 실장의 소개로 최씨를 만났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김 전 실장의 ‘사법부 길들이기’ 의혹 등 공작정치 의혹이 담겨 있어 특검에서 사실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역시 김 전 실장에 대해 수사 중이지만 20여일 남은 특검까지 혐의를 특정하고 입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최씨의 국정농단과 관련해 첩보와 제보를 받고도 이를 뭉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은 또 ‘수사 기밀 누설 의혹’도 받고 있다. 롯데그룹이 지난 5월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하고, 이를 돌려받는 과정에서 롯데 측에 수사 정보를 흘려줬다는 것이다. 검찰이 ‘제 살 도려내기’ 수사를 하기 쉽지 않은 만큼 공은 특검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됐고, 또 내용이 공개된 만큼 피의자들이 서로 말을 맞춰 수사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검이 독립적이고 적극적으로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경유착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이번 특검에서 제3자 뇌물 공여 부분을 확실하게 밝혀내야 한다”면서 “박 대통령 역시 자신이 해명할 기회를 분명히 가져야 하는 만큼 대면 조사에 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6-11-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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