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 치닫는 ‘홍준표 수사’
검찰이 홍준표(61) 경남도지사를 정조준하며 ‘1억원 수수설’ 규명을 위한 수사망을 바짝 조여가고 있다. 그동안 ‘돈을 준 쪽’인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측에 맞춰졌던 수사의 초점을 이번 주부터 ‘돈을 받은 쪽’에 해당하는 홍 지사 측으로 옮겨왔다. 홍 지사의 최측근인 나경범(50) 경남도 서울본부장과 강모 전 보좌관을 5일 동시에 부른 이유다. 이 모든 것은 홍 지사에 대한 직접 조사라는 마지막 단계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이다. 이는 홍 지사에 이어 두 번째 ‘성완종 리스트’ 관련 소환자가 될 것으로 보이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수사 공식이다.검찰 출두하는 홍준표 최측근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나경범 경남도청 서울본부장이 5일 오후 굳게 입을 다문 채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이 차려진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으로 출두하고 있다. 나 본부장은 홍 지사 1억원 수수 의혹 규명의 핵심 참고인으로, 2011년 6월 홍 지사 선거 캠프에서 인사·회계 업무를 담당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검찰의 이런 태도는 지난 주말부터 4차례에 걸쳐 소환 조사를 한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진술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 전 부사장은 2011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경선 당시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홍 지사에게 직접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윤 전 부사장에 대해 “확인할 게 많은 분으로 (이번 연휴 동안) 쟁점별, 이슈별로 (진술을) 다 받았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특히 윤 전 부사장으로부터 “2011년 6월 홍 지사에게 쇼핑백에 1억원을 담아 전달했고, 당시 배석해 있던 나경범 보좌관이 이 쇼핑백을 챙겨 나갔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이날 소환한 나 본부장 등을 상대로 이 부분을 확인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를 총괄한 한모(50) 전 경남기업 부사장도 여러 차례 검찰 조사를 받으며 “성 전 회장의 요청으로 윤 전 부사장에게 1억원을 건네줬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두 사람의 진술을 토대로 돈이 오간 당시의 정황을 촘촘하게 재구성했고 돈 전달 방법과 장소, 시간 등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부사장의 진술과 이미 확보한 홍 지사의 일정표 및 홍 지사 측근 조사를 통해 홍 지사의 과거 행적을 복원한 수사팀은 나 본부장 등 홍 지사 측 관계자들의 진술을 종합·분석한 뒤 최종적으로 주말쯤 홍 지사를 부를 방침이다.
한편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본궤도에 들어서면서 수사팀이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동시에 진행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사팀도 ‘선(先) 리스트 수사, 후(後) 대선자금 수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현재는 기초 다지고 기둥 두 개를 세우고 있다. 기둥을 세우다가 흔들리면 다시 내려놓고 다지는 작업을 반복한다”고 말했다. 당분간 홍 지사와 3000만원 수수 의혹을 받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 수사에 전념한다는 의미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2015-05-06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