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구금 인정’…국가보안법 재심 첫 무죄 선고
부산지역 최대 공안사건인 이른바 ‘부림사건’의 재심 청구인 5명에게 33년 만에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부림사건’ 재심 33년 만에 무죄
부산지법이 13일 부산지역 최대 공안사건인 이른바 ‘부림사건’의 재심 청구인 5명에게 무죄 판결했다. 부림사건 재심 청구자 (왼쪽부터) 고호석, 설동일, 노재열, 이진걸, 최준영씨 등 5명이 33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고 법정 밖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지법이 13일 부산지역 최대 공안사건인 이른바 ‘부림사건’의 재심 청구인 5명에게 무죄 판결했다. 부림사건 재심 청구자 (왼쪽부터) 고호석, 설동일, 노재열, 이진걸, 최준영씨 등 5명이 33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고 법정 밖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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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검찰수사과정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을 했으나 경찰 수사과정에서 상당기간 불법구금된 사실이 인정돼 그 자백의 임의성을 의심할 사유가 있다”며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아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에 대해 무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은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적용되기 때문에 피고인들의 학생운동이나 현실비판적인 학습행위만으로는 이 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부림사건으로 구속된 사람 중 국가보안법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전두환의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전후한 일련의 범행은 헌법의 존립과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들에게 적용된 계엄법 위반도 무죄로 판결했다.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현저히 사회적 불안을 야기시킬 우려가 있는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는 법률 규정이 폐지됐고 범죄 후 법률의 개폐에 의해 형이 폐지된 경우에 해당해 면소 판결했다.
부림사건은 1981년 공안 당국이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하고 고문해 국가보안법, 계엄법,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한 부산지역 최대 공안사건이다.
당시 19명이 기소돼 법원에서 징역 1∼7년 형을 선고 받았으나 이후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받았다.
부림사건의 변론을 맡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사건을 계기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됐다.
고씨 등 당시 부림사건에 연루된 5명은 2012년 8월 부산지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조사받으면서 구금된 사실이 증명돼 민주화 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상 재심 사유가 있는 지 여부에 관해 살펴볼 이유가 있다”며 재심을 결정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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