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본 “역학조사 신중”… 인력 부족 원인
성동 29시간 뒤 공개해 방역 무차별 살포종로도 동선 무관한 곳 방역한 경우 허다
일각 “지자체가 자체 동선 공개” 주장도
“민간분야 역학조사관 등 외부수혈 필요”
23일 질본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환자는 국내 602명, 서울지역만 25명 등에 달한다. 확진환자의 동선 공개는 질본과 지자체의 역학조사가 진행된 뒤 질본에서 발표한다. 동선 공개는 대부분 24시간이 지난 뒤에 이뤄지고 있다.
확진환자의 동선 공개가 늦어지면 지자체의 방역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지난 19일 성동구에서 오전 7시 55분 확진 판정을 받은 40번 확진환자의 동선은 29시간 뒤인 다음날인 오후 2시 공개됐다. 이 기간 동안 구는 40번 환자의 거주지를 중심으로 방역에 나섰지만 정확한 동선을 알지 못해 확진자의 아파트 내외부와 주변을 광범위하게 소독할 수 밖에 없었다.
구 관계자는 “확진환자를 격리한 직후 동선 파악이 바로 실시돼 최대한 빨리 공개됐다면 확진환자가 방문했던 곳을 즉각 방역 또는 폐쇄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같은 날 여섯 번째 추가 확진환자가 발생한 종로구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전 9시쯤 확진 판단을 받은 부암동 거주 환자 역시 폐렴 증상으로 방문한 관내 A이비인후과를 제외하고는 방문 정보가 구청에 제공되지 않았다. 이후 27시간 뒤인 20일 오후 2시 확진환자가 관내 경로당 등을 방문했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방역에 나서기도 했다.
첫 지역사회 감염으로 의심을 받았던 29번(82) 환자의 감염 고리도 뒤늦게 풀렸다. 종로구 확진자 중 29번, 56번(75), 83번(76), 136번(84) 환자는 지난달 28~31일 나흘 동안 이화동 종로노인복지관을 동일 시간대에 방문했다. 발단은 지난달 20일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3번 환자(54)였다. 이 환자는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의 유명식당 한일관에서 6번 환자(56)와 식사를 했다. 83번 환자는 지난달 26일 같은 시간대에 6번 환자와 종로구 명륜동 명륜교회를 방문했다. 방역 당국은 83번 환자가 6번 환자로부터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확진환자의 동선 공개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질본은 “역학조사의 신중성을 기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최근 들어 확진환자가 늘어나면서 질본 내 역학조사를 위한 인력이 부족한 것도 동선 공개가 지연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각에서는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동선 공개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박근혜 정부의 보건복지부와 상의 없이 ‘시민의 알권리와 안전’을 내세우며 확진자의 동선을 일방적으로 공개, 정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질본에 앞서 서울시가 동선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2020-02-24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