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새 분노지수 2배 급증… ‘코로나 블루’ 질병코드 추진

한달 새 분노지수 2배 급증… ‘코로나 블루’ 질병코드 추진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20-09-07 20:22
수정 2020-09-08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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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보건대학원 ‘심리방역’ 설문

10명 중 1명 실직·무급휴직 내몰려
30%는 정신건강 위험… 조치 필요
“위험군 조기 발견… 심리방역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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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환자가 급증하고 수도권 2.5단계 등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면서 우울·분노·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지치고 우울한 경험이 누적되면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실질적인 심리방역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7일 “코로나19가 전례 없이 많은 이들에게 장기간 영향을 주고 있고 기존에 치료받던 중증 정신질환자의 의료 접근성도 감소하고 있다”며 “전화 상담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담으로 조기에 위험군을 발견해 치료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 미주본부인 범미보건기구의 카리사 에티엔 사무국장도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는 세계 모든 나라의 ‘초대형 악재’가 됐다”며 “정신건강을 돌보는 것이 코로나19 대응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한 이후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지난달 25~28일 전국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월 첫째주(6~9일) 조사보다 ‘분노’는 2.2배(11.5%→25.3%), ‘공포’는 2.8배(5.4%→15.2%) 커졌다.

응답자의 70.6%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지침을 위반하는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집회나 대면 예배를 강행하거나 집단감염 발생 장소 방문 사실을 숨기는 등의 행위에 대한 분노가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도 사그라들고 있다. 지난달 첫째주 조사에서는 ‘감염을 통제할 수 있다’는 긍정적 인식이 64.6%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통제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55.9%로 상승해 긍정 인식을 역전했다.

일상 위축 정도도 심해졌다.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100점’, 일상 완전 위축을 ‘0점’으로 놓고 점수를 매기도록 했더니 평균 44.1점이 나왔다. 8월 첫째 주(48.5점)보다 4.4점 낮아졌다. 응답자의 6.4%는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를 잃었고, 6.0%는 무급휴직 상태였으며 20.7%는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임금이 줄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이전과 동일한 임금을 받고 있다는 응답은 41.8%에 불과했다. 스트레스의 정도(1점: 전혀 그렇지 않다, 5점: 아주 그렇다)는 전체 평균 2.80점으로 중간 이상의 수준을 보였다. 특히 응답자의 28.7%는 즉각 도움이나 개입이 필요한 위험 수준이었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국가적인 방역 노력에도 일부의 일탈로 상호 신뢰가 상당 수준 훼손됐고, 이는 간과할 수 없는 적신호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코로나 블루(우울)’ 질병코드를 신설해 별도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 우울’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사회현상이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와 협의할 필요가 있다”며 “질병분류 통계를 담당하는 통계청과 협의 등을 거쳐 질병코드 신설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20-09-0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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