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확대→자사고 후퇴→고교학점제 연기…줄줄이 꼬인 교육 혁신

정시 확대→자사고 후퇴→고교학점제 연기…줄줄이 꼬인 교육 혁신

김소라 기자
입력 2019-07-10 22:24
수정 2019-07-11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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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역행하다 혼란만 키운 文정부

정시 확대로 수능 강한 자사고·외고 인기↑
서열화 심화… 내신 절대평가 사실상 불가
톱니바퀴처럼 물리는 교육정책 어그러져
“자사고, 일반고 전환 후 청사진 없어 반발
교육 방향보다 여론에 기대다 혼란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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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강연하는 조희연 교육감
고교학점제 강연하는 조희연 교육감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학부모 연수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전날 서울교육청은 서울 지역 자사고 8곳에 대해 자사고 지정 취소를 결정했다.
뉴스1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외고를 폐지하는 문제는 찬반을 묻고 거수를 할 게 아니라 자사고가 교육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논의해 결정할 사안입니다. 대체 어떻게 대국민 의견수렴을 하겠다는 건지 정부에 묻고 싶네요.”

김은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원은 10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정부가 어떠한 방향도 제시하지 않은 채 여론에만 기댈 경우 어정쩡한 결론으로 혼란만 자초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9일 교육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대국민 의견수렴을 거쳐 고교체제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당초 지난해 하반기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개편 작업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이를 2년 뒤로 미뤘다.

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혼란은 고교체제 개편과 고교학점제 도입, 대입제도 개편 등 고교 혁신을 위한 교육부의 주요 정책들이 줄줄이 후퇴한 데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자사고·외고 폐지는 정부의 일괄 폐지가 아닌 시도교육청의 재지정 평가를 통한 단계적 전환으로 사실상 후퇴했다.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할 일을 시도교육청에 미룬 셈이다. 2017년 발표될 예정이었던 대입제도 개편안은 1년 미뤄진 뒤 공론화를 거쳐 수능 중심의 ‘정시 확대’로 귀결됐다. 고교 교육의 다양화와 수업 혁신이라는 애초 방향과 역행하는 결론이 도출되면서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은 2022학년도에서 2025학년도로 3년이나 연기됐다.

정시 확대는 내신보다 수능에서 강점을 보이는 자사고와 외고에 대한 선호도를 높였고, 고교 서열화는 더 공고해졌다. 수능이 강화되고 고교 서열화가 심화되면 고교학점제의 전제조건인 절대평가(내신 성취평가제) 도입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대입제도 개편과 고교체제 개편, 고교학점제 도입은 톱니바퀴처럼 물려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제각각 후퇴하거나 연기됐다. 김 선임연구원은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한 뒤 일반고의 교육을 어떻게 혁신할지에 대한 정부의 ‘시그널’이 없는 탓에 자녀를 자사고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이 불안감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고·외고 폐지 역시 교육부는 정부 차원의 일괄 폐지를 포기하고 대입제도 개편 때처럼 공론화에 의지하고 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임기 후반에 사회적 논의를 할 경우 정책 추진력이 약해져 흐지부지될 수 있다”면서 “중요한 정책 결정을 정무적 판단에 따라 내년 총선 뒤로 미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내년에는 15개 자사고를 비롯해 외고와 국제고에 대한 재지정 평가가 이뤄져 고교체제 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올해보다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입시 위주의 교육을 개선하지 않고 자사고가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한다며 지정 취소하는 것은 모순”이라면서 “교육을 정치적 관점에서 접근해 여론에 끌려가고 있는 것이 현 정부 교육 정책의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019-07-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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