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 교육평론가 ‘자사고 사태’ 진단
“일부만 일반고 전환해 소모적 논쟁 키워강남 쏠림 심화? 내신 불리해 갈 이유없어”
이범 교육평론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뿐 아니라 거의 모든 후보가 자율형사립고의 일반고 전환을 약속했다. 정부가 공약대로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일괄적으로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했다면 우리 사회가 지금처럼 소모적인 논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1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 자사고 논란에 대해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자사고를 일괄 폐지하고 학생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다양성 교육으로 가야 우리 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를 두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자사고가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선점하기 때문에 고교 서열화가 강화됐다. 선진국에서는 학생들이 수업 선택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학과 과학을 많이 선택하는 학생은 과학고에 다니는 셈이고 외국어를 많이 선택하는 학생은 외국어고를 다니는 셈이다. 과고, 외고가 따로 필요 없다. 공약대로 자사고는 일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해 장기적으로 학교가 아닌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그게 다양성 교육이다.”
-서울 강북 지역의 자사고가 사라지면 강남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질 거라는 시각도 있다.
“2022학년도 대입에서 정시가 늘어난다고 하지만 여전히 수시 비중이 70%에 달한다. 내신에 불리한 강남의 학교에 학생들이 몰릴 이유가 없다. 대학들은 정시보다는 학종을 계속 늘릴 것이다.”
-올해와 내년에 다수의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고교교육 정상화가 이뤄질까.
“일부 전환으로는 현 정부가 목표로 제시하는 제대로 된 고교교육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제대로 된 고교교육 정상화를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반고로 전환하는 정책과 학생들의 선택권을 넓힐 수 있는 고교학점제를 병행하면 고교서열화가 아닌 학생 다양화로 갈 수 있다. 정부가 고교학점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안착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019-07-11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