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전형 관리 먼저” 보수 “학종 개편”에도… 꿈쩍 않는 교육부

진보 “전형 관리 먼저” 보수 “학종 개편”에도… 꿈쩍 않는 교육부

유대근 기자
입력 2017-08-27 22:26
수정 2017-08-28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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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체 비판… 교육부 선택은

‘대입 전형 전체를 어떻게 관리할지 큰 그림 없이 새 수능안을 섣불리 마련해 혼란을 키웠다.’

교육부가 지난 10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 2개 시안을 발표한 뒤 쏟아진 비판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보수 진영뿐 아니라 현 정부와 철학이 비슷한 진보 교육계와 여당 의원들까지 쓴소리를 던진다. 그 중심에는 ‘학교생활기록부종합전형’(학종)이 있다. 전문가들은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불신받는 현행 학생부 기재 방법과 학종 전형을 제대로 정비하지 못하면 수능을 어떤 형태로 고치든 폭넓은 지지를 얻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또 “지금이라도 수능 개편안 발표를 미루고 대입 개선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교육부는 십자포화 속에서도 요지부동이다. 시기를 늦추게 되면 현 중3의 고교 진학부터 대입 준비까지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탓이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에서 열린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 공청회에서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도입을 찬성하는 시민단체들이 찬성 피켓을 든 채 공청회를 듣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0일 수능 일부 과목만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안과 전 과목을 절대평가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학교생활기록부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는 이상 수능 절대평가의 부작용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최근 학교생활기록부의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서울신문 DB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에서 열린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 공청회에서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도입을 찬성하는 시민단체들이 찬성 피켓을 든 채 공청회를 듣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0일 수능 일부 과목만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안과 전 과목을 절대평가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학교생활기록부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는 이상 수능 절대평가의 부작용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최근 학교생활기록부의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서울신문 DB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에서 열린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 공청회에서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도입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반대 피켓을 든 채 공청회를 듣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0일 수능 일부 과목만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안과 전 과목을 절대평가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학교생활기록부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는 이상 수능 절대평가의 부작용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최근 학교생활기록부의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에서 열린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 공청회에서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도입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반대 피켓을 든 채 공청회를 듣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0일 수능 일부 과목만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안과 전 과목을 절대평가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학교생활기록부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는 이상 수능 절대평가의 부작용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최근 학교생활기록부의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진보단체 “1·2안 중 선택 매몰 안 된다”

‘수능 개편안 발표 연기론’은 진보 진영에서 먼저 나왔다. 진보 성향의 교육단체들은 지난 10일 교육부가 내놓은 두 시안을 확인한 뒤 적잖게 당황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집을 통해 ‘2015 교육과정개정에 따른 수능은 절대평가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고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수능 절대평가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일부 과목 절대평가(1안)와 전 과목 절대평가(2안) 중 공청회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식으로 한 발짝 후퇴한 모습을 보인 데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단계적 절대평가 전환 지지”를 언급하면서 ‘절반 절대평가’에 방점이 찍힌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진보 교육계와 교사들은 “1안을 채택하면 수험생의 학습 부담이 되레 늘게 된다”며 강하게 반대한다. 다만 2안은 변별력 문제가 해결 안 된 반쪽짜리 안이라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캠프에서 교육 공약을 만들었던 이범 전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은 “1, 2안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는 논리에 매몰돼선 안 된다”면서 “수능 개편 최종안 발표를 당분간 미루고 종합적인 전형관리계획을 먼저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학종의 공정성을 높일 방안 등을 먼저 찾아 내놓은 뒤 그 틀 안에서 수능 개편안을 고민하자는 것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수능 개편안 연기’를 주장하며 “전 과목을 모두 절대평가로 보되 변별력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대입 때 동점자는 고 2, 3학년 선택과목 중 전공과 관련 있는 과목의 내신 점수를 합산해 당락을 가리자는 제안도 했다.
●보수·학부모단체 “발표 다소 연기를”

보수 진영과 학부모단체들도 정부의 수능 시안 2개가 모두 마뜩잖다. 굳이 택해야 한다면 1안이 낫지만 원칙적으로 절대평가 요소가 들어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수능을 절대평가화하면 ‘변별력 저하→대학들의 정시 비율 축소→학생부 위주 전형 등 수시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탓이다. ‘학종은 금수저 전형’이라는 인식이 있다.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는 “학종은 합격자도, 불합격자도 당락의 이유를 알 수 없는 깜깜이 전형인데다 내신 성적 관리뿐 아니라 소논문, 동아리, 체험활동까지 챙겨야 해 할 일이 너무 많다”면서 한국사를 제외한 전 과목 상대평가를 주장했다. 또 여론 수렴과 전형 손질에 시간이 필요하다면 수능 개편안 발표는 다소 연기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모든 학생에게 다양한 입시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대입 전형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선희 좋은학교바른학부모회 대표는 “올해 수시와 정시 비율은 75대25 수준으로 수시에 편중됐다”면서 “정시에 경쟁력이 있는 학생은 정시로 가고, 수시에 맞는 학생은 수시로 가도록 입시 전형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31일 발표 변함없다”

교육부의 태도는 완고하다. “수능 발표를 이달 31일 이후로 미루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새 수능은 현 중학교 3학년이 치르는데 이달 말까지 확정해줘야 다음달부터 시작하는 고교 입시에서 어느 고교에 갈지 정할 수 있고, 새 교육과정에 맞는 교과서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도 개편안은 만족스럽지 않지만 발표를 미루는 건 해결책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교육부가 ‘정무적’인 이유로 연기 불가론을 고수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 개편안이 발표되기도 전 이 총리가 전 과목 절대평가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김 부총리와 파워게임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면서 “정치적 수세에 몰린 교육부가 수능 개편안 발표까지 미루면 앞으로 일을 어떻게 추진하겠느냐는 목소리가 있다”고 했다.

현재로서는 31일 수능 최종안을 그대로 발표하되 세부 내용을 보완해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 관계자는 “우리 부도 입시 정책이라는 전체적 틀 안에서 수능 개편안을 마련했고 보완책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7-08-2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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