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정상화사업 탈락 후폭풍
시행 2년째인 교육부의 고교 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1차 서면심사에서 서강대와 성균관대가 탈락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고교 정상화를 위해 학생부 중심 전형을 늘리거나 대입전형 간소화 등을 시행하는 대학에 최소 2억원에서 최대 30억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각각 6억원과 14억원을 지원받았던 서강대와 성균관대는 1차 심사에서 탈락한 데 대해 반발하는 동시에 2018학년도 전형을 바꾸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고교 1학년이 대학에 가게 될 2018학년도 입시 판세가 요동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두 대학은 대입 수시전형에서 상위권 및 중상위권 수험생이 대거 몰리는 곳이기 때문이다.성균관대는 올해 수시전형에서 논술고사를 통한 모집인원이 많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성균관대는 2016학년도에 전체 수시 모집 인원의 48.2%인 1176명을 논술로 뽑는다. 전국 대학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서강대 역시 논술 모집 인원과 수시 모집에서 요구하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높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서강대는 수시 전체의 35.5%인 385명을 논술로 뽑는다. 성균관대, 한국외대(42.6%), 고려대(37.2%)에 이어 네 번째다.
이에 대해 두 대학은 평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최근 4~5년 동안 고교 일선 교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일정한 유형으로 문제를 출제해 왔기 때문에 교육 현장에서 이미 ‘학원에 가지 않고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일반화됐다”며 “오히려 과학고, 외국어고 출신자들을 집중적으로 뽑는 특기자 전형을 늘린 학교를 문제 삼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두 대학은 “지원사업 선정 대학 발표와 함께 교육부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두 대학은 반발에 그치지 않고 현재의 학생 선발 방식을 재검토한다는 입장이다. ‘3년 예고제’에 따라 대학들은 다음달까지 2018학년도 전형계획을 완성해야 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국고 지원을 배제하고, 교육 당국이 제시하는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우수 학생 선발’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현재의 전형 방식을 근본적으로 따져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1차 심사에서 탈락하자 계약직 입학사정관들에게 계약 만료를 통지했다. 입학사정관협의회와 전국진로진학교사협의회 측은 성균관대를 비판하는 성명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입학사정관의 급여를 국고 지원으로 지급하다가 국고를 못 받는다고 내보내는 건 얄팍한 행위라는 취지다. 서강대는 ‘고교 교육 정상화’의 의미부터 검토한 뒤 학생부 중심 전형을 발전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정성적 평가 요소가 커 매년 불공정 논란이 벌어지는 학생부 종합을 줄이자는 의견도 많다”며 “일선 교수들의 공통된 의견은 학생부 전형보다 논술로 뽑은 학생의 수학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논술 경쟁률 역시 서강대는 58.35대1, 성균관대는 53.51대1로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전형료 수입만으로도 국고 지원 중단 사태를 돌파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셈이다.
교육부의 지원사업 자체가 주먹구구식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원사업의 성과로 학생부 중심 전형은 늘었지만 꼼수를 부리거나 지원금만 받고 개선을 외면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각각 6억 8000만원, 8억 8000만원, 30억원씩을 지원받은 연세대, 고려대, 경희대는 오히려 2016학년도에 스펙 경쟁을 유발한다고 비판받아 온 특기자 모집 인원을 대폭 늘렸다. 한 서울지역 대학의 입학사정관은 “‘사립대 리더’ 격인 연세대나 고려대 등이 반발할 때는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쥐여 주니 자선사업이라는 비아냥이 나온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6억원을 지원받은 충청권의 한 사립대는 학과에서 선발해야 할 교수를 입학사정관 전담 교수로 뽑는 편법을 썼다. 국고 지원이 끊기면 전공 교수로 돌리는 방식이다.
한 전직 수도권 대학 입학사정관은 “재정 지원사업으로 입시를 컨트롤하려는 의도 자체가 문제”라며 “대학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당근과 채찍’이 없는 이상 교육부가 대학에 끌려가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5-07-0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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