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한자 교육정책에 자격증 난립… ‘호갱’ 부른다

인성·한자 교육정책에 자격증 난립… ‘호갱’ 부른다

장형우 기자
장형우 기자
입력 2015-05-13 23:40
수정 2015-05-1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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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교육 강화, 교과서 한자 병기 등 앞으로 교육현장에 도입될 제도들의 시행방안이 아직 틀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민간업체들이 이를 이용한 돈벌이에 마구잡이로 뛰어들고 있다. 인성교육진흥법 제정과 한자 병기 방침 발표를 전후로 인성교육 및 한자 관련 민간자격증이 급증했다. 자칫 정책 취지의 훼손이 우려된다.

13일 민간자격증 등록을 담당하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직능원)에 따르면 인성지도사 등 인성 관련 자격증 및 자격시험은 현재 204종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72%인 147종이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집중적으로 생겨난 것들이다. 83종에 이르는 한자자격시험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체의 3분의1이 넘는 30종이 지난해 이후에 나왔다.

인성교육진흥법은 지난해 공론화를 거쳐 올 1월에 제정됐다. 교육부의 초·중·고 교과서 한자 병기 방침 발표는 지난해 9월이었다. 하지만 오는 7월 21일부터 시행 예정인 인성교육진흥법은 아직 시행령을 준비하는 단계다. 교과서 한자 병기 역시 여론수렴 과정을 밟는 중이다.

각각의 정책이 초·중·고·대학 등 교육 일선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될지 정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민간업체들이 앞다퉈 관련 자격증을 만들면서 부실 교육 및 사교육 확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설립 허가를 받은 한 사단법인은 직능원에 인성 자격증 3종을 등록해 놨다. 3종이 모두 인성지도사인데 그 대상만 ‘청소년’, ‘아동’, ‘유아’로 구분해 놓았다. 각각의 커리큘럼이 모두 수강료 49만원에 2개월 단위(8주 온라인, 2일 오프라인)로 구성돼 있으나 대상별로 교육 내용에 차이가 거의 없다. 특히 인성교육에 필수적인 실습은 단 1회에 그친다. 별도의 시험도 없이 수강만 하면 자격증을 내준다.

교육재단을 설립 중이라고 밝힌 한 업체는 단 1차례의 실습도 없이 90만원의 수강료를 내고 30시간의 강의만 들으면 인성심리상담사 자격증을 내주고 있다. 자격 교육과정을 온라인 강의로만 구성한 업체들도 있었다. 인성교육진흥법 제정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부설 기관인 한국교총 영재교육원도 지난해 직능원에 인성지도사 자격 관리 등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인성 관련 자격증 가운데 정부의 공인을 받은 것은 아직 하나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자자격시험의 급증은 사교육 확대의 우려를 낳고 있다. 시험에 응시하는 데 자격 제한은 없지만 실제 주 응시층은 초·중학생이고, 지난해 한자 병기 정책 발표 이후 초등생의 응시 추세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 교육계의 분석이다. 한글문화연대는 “급증한 한자시험의 주 고객은 초등생인데, 이들 대부분은 학원의 힘을 빌려 시험을 준비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 정부 공인을 받은 12종의 한자자격시험 주최사의 일부 임원들이 한자 병기 운동에 주도적으로 나섰던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의 임원을 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5-05-1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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