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無學 서러움 떨쳐
아흔을 바라보는 미수(米壽)의 만학도가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소방장비업체를 운영하는 이씨는 1927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나 해주 심상소학교(초등)를 졸업한 뒤 사범학교에 합격했다. 그러나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학업을 포기해야 했다. 해주와 가까운 옹진에 살다 6·25 전쟁이 터지면서 부모, 형제와 생이별을 했던 그는 3사단 백골부대원으로 전쟁터를 누비기도 했다.
5년 전 조달청에서 업체 등록을 위한 서류를 작성하다 학력을 입증할 방도가 없어 ‘무학’(無學)의 서글픔을 느낀 이씨는 곧바로 검정고시 학원을 찾아갔다. 5년 만에 고졸 검정고시 합격으로 인생의 마지막 소원 하나를 이뤘다는 그는 “이제 남은 소원은 고향 땅 부모님의 묘를 다시 찾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초·중·고졸 검정고시에는 6903명이 응시해 4612명이 합격했다. 초졸 396명, 중졸 1181명, 고졸 3035명으로 각각 92%, 78%, 61%의 합격률을 보였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5-05-11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