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등교’ 놓고 이재정 교육감-학부모 설전

‘9시 등교’ 놓고 이재정 교육감-학부모 설전

입력 2014-08-13 00:00
수정 2014-08-1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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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탄력적 시행 옳다” vs 교육감 “맞벌이 부부도 고민하라”

경기지역 초중고의 ‘9시 등교’ 전면 시행을 놓고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학부모들이 설전을 벌였다.

학교 자율에 맡겨달라거나 단계적으로 시행해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에 교육감은 단호한 어조로 9월 2학기 시행 의지를 재천명했다.

이 교육감은 13일 수원시 경기도교육복지종합센터에 열린 ‘경기교육사랑학부모회 워크숍’에 참석, 9시 등교를 비롯한 현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30여분 간 진행된 대화에는 지역별 학부모회 대표 70여 명이 참석했다.

교육감은 초반부터 9시 등교 전면 시행 방침을 전면에 꺼내 들고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다.

이 교육감은 인사말에서 “국가든 교육청이든 지금까지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들어준 적이 없었다”며 “학생들이 100% 이구동성으로 요구하는 것이 9시 등교”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질문·답변에서는 학부모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한 학부모는 쪽지 질문으로 “농촌지역 실정을 모르면서 시행하려 한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 8시 이전에 출근한다. 학교장 자율에 맡겨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교육감은 곧바로 “안된다”고 일축했다.

학부모가 “(아이가 혼자 일찍 등교해) 사고 나면 어쩌나”라고 말하자 “걱정하지 말라. 도서관도 열고 프로그램을 만들면 된다. 아이들 중심으로 생각해달라. 아이들이 하고 싶은대로 놔두자”라며 학부모들의 반론을 잘랐다.

조기 등교 학생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도 “맞벌이 부부도 9시 등교하는 게 왜 좋은지를 생각하며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맞벌이 부부인데 학교가 어떻게 할거냐’라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좋은 취지의 정책이지만 순차적, 탄력적으로 시행하는 게 맞지 않나”라는 학부모 의견에 대해서도 이 교육감은 “(전면 시행) 해보시고 나쁘면 그때 가서 돌이키도록 하자”면서 오히려 “학교현장을 제대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또 다른 학부모가 “공부 잘하는 우수 학생들이 서울로 빠져나간다”고 우려하자 이 교육감은 “9시 등교하면 공부도 잘한다. 공부 잘하려면 아침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 0교시 수업학생들은 잠만 자게 된다”고 맞받았다.

”이 자리에 있는 학부모들도 이해 못 하는 상황”이라며 위원회를 구성해 의견을 반영해달라는 요청에도 “여기서도 갈라지는 데 합의가 안 될 것”이라고 이 교육감은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농촌지역의 경우 통학시간대 시내버스 운행 조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운행시간을 옮길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며 “협동조합을 만들어 버스를 함께 이용하는 시스템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감과의 대화가 끝난 뒤 한 지역 중학교학부모회장은 “9시 등교에는 찬성하지만 학부모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일방적인 시행 과정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교육감은 이날 각급학교 교장들에게 “학교현장에서 어려움은 있지만 지혜를 발휘해 학생중심 정책이 안착되도록 열린 리더십을 발휘해달라”는 취지의 서한문을 보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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