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학년도 수능성적 발표] ‘좁아진 정시 모집’ 지원 전략은
학교생활기록부, 대학수학능력시험, 대학별고사 가운데 대입 정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전형요소는 수능이다. 올해 정시에서는 수능의 영향력이 다른 때보다 더 커질 전망이다. 대학마다 정시 선발 비중이 20% 안팎으로 역대 최저치이고, 서울대나 중앙대처럼 정시에서 학생부 반영비중을 축소한 대학도 많아서다. 서울대는 올해부터 정시에서 학생부 교과 성적을 반영하지 않고, 중앙대도 교과 반영 비율을 지난해 95%에서 올해 80%로 줄였다. 다른 대학의 학생부 위주 전형 역시 석차에 따른 점수차를 작게 설계해 학생부 성적 만으로 변별력을 갖추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특히 상위권에서 올해 수능 변별력이 높게 나타나면서 상위권 학생들은 하향지원 대신 소신지원 성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교육평가원은 26일 채점 결과 올해 수능 영역 대부분에서 1등급(4%) 상위권 내 변별력이 지난해보다 높아졌다고 총평했다. 학생들이 받은 수능 원점수를 평균과 표준편차를 활용해 변환한 표준점수를 분석한 결과다. 같은 등급 안에서 표준점수 최고점과 최저점 간 격차를 보면, 변별력을 계산할 수 있다. 만일 어떤 과목이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으로 떨어지고 만점을 받았을 때에만 1등급이 된다면, 1등급 내 최고점과 최저점 간 격차가 ‘0점’으로 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수능을 잘 봤다면 수능 성적만으로 정시 모집인원의 30~70%를 선발하는 ‘수능 우선선발 전형’에 도전할 수 있다. 올해 광운대가 ‘나’군에 우선선발을 도입했고, 중앙대는 우선선발 비중을 지난해 50%에서 올해 70%로 높였다. 우선선발 전형 중 수능 전 영역이 아닌 일부 영역만 반영하는 대학도 있다. 성균관대는 정시 일반선발에서 국어·수학·영어·탐구 영역을 전부 반영하지만, 우선선발에서는 탐구 영역을 보지 않는다. 고려대 자연계열 우선선발에서는 국어 성적이 필요 없고, 수학·영어·과학탐구 영역 성적만 내면 된다.
학생부 성적보다 수능 성적이 경쟁우위를 보인다면 ‘수능 100% 전형’에 도전할 수 있다. 건국대, 경희대, 국민대, 동국대, 아주대, 인하대, 중앙대 등 주요 대학이 이 전형을 갖고 있다. 가~다군까지 3차례의 정시 기회 중 하나로 ‘수능 100% 전형’을 선택하고, 나머지 2개군 대학별 고사에 집중하는 방법도 있다.
영역별 성적 차이가 큰 학생은 ‘수능 특정영역 우수자 전형’을 눈여겨 봐야 한다. 자연계 ‘나’군의 아주대(188명)와 홍익대(137명)는 수학B와 과탐 성적만으로 신입생을 모집한다.
지난해보다 수능 1등급 변별력이 커진 반면 2등급(4~7%)과 3등급(7~11%)의 변별력은 작아졌다. 여기에 영역별로 쉬운 A형 대신 어려운 B형을 선택한 학생들에게 가중치가 부여되면서 중위권 대입에서 고려할 변수가 늘어났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중하위권 대학은 영역별 A, B형을 지정하지 않거나 영어만 B형으로 지정한 대학이 대부분”이라면서 “A형 응시자가 지원을 고려할 때에는 B형 가산점을 잘 따져보고 극복할 수 있는지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B형 가산점에 따른 혼란은 영어에서 가장 심할 것으로 전망됐다. 9월 모의평가 때 26.8%이던 A형 선택자가 실제 수능에서 30.1%로 3.3%포인트(2만 1939명) 늘었기 때문이다. 이명애 평가원 기획분석실장은 “9월 모의평가 뒤 중상위권 학생이 영어A로 대거 이동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상위권 학생 이동으로 인해 영어 A형과 B형의 등급별 표준점수 차이가 줄었고, 만일 영어B형에 20% 가산점을 부여한다면 B형 4등급이 A형 2등급보다 높게 평가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2013-11-27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