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학년도 수능성적 발표] 채점 결과 분석해보니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치른 ‘선택형 수능’은 결국 ‘계열형 수능’으로 판명났다. 난이도에 따라 영역마다 A, B형을 나눠 실시했지만 수험생 80%가 문·이과 계열에 맞춰 A, B형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즉 국어·수학·영어 유형을 선택할 때 인문계 학생은 B·A·B를, 자연계 학생은 A·B·B를, 예체능계 학생은 A·A·A를 주로 선택했다. 문·이과에 따른 선택 패턴을 따르지 않고 ‘변칙적 선택’을 감행한 수험생은 전체 수능 응시자 60만 6813명 가운데 19.1%인 11만 2676명이다.김경성 수학능력시험 채점위원장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4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브리핑하던 중 출제 오류 논란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지자 머리를 쓸어 올리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영어 B형의 가산점 영향력이 크다 보니 정시 지원 전 점수를 계산할 때 가산점 변환이 필수가 됐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26일 “올해 입시에 대처하려면 ‘엄마의 정보력’만으로는 부족하고 ‘아빠의 계산력’이 더해져야 한다”면서 “B형 가산점 부여에 따른 유불리,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 적용에 따른 대학별 환산점수 등을 모두 고려해 계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회탐구는 한국사, 경제, 세계사 과목이 한 문제만 틀려도 1등급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쉽게 출제됐다. 특히 정답오류 논란이 제기된 3점 배점의 세계지리 8번 문제 하나를 틀리면 이 과목에서 2등급을 받게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태제 평가원장은 “해당 문제에 대한 문제제기를 받아들인다면 오히려 50%에 가까운 이 문제 정답자들에게 불이익이 가해진다”면서 “답안 수정은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한국사 선택률이 12.6%인 반면 상대적으로 쉽게 인식되는 생활과 윤리(40.7%), 윤리와 사상(21.1%) 선택률은 높게 나타났다.
과학탐구는 지구과학Ⅰ과 화학Ⅱ가 상대적으로 어렵게 출제됐다. 평균점수가 낮을수록 높아지는 표준점수는 지구과학Ⅰ 최고점이 73점으로 가장 높았고 화학Ⅱ는 72점, 화학Ⅰ과 생명과학Ⅰ은 각각 71점이었다. 과학탐구에서도 생명과학Ⅰ(57.8%)과 화학Ⅰ(57.6%)에서 수험생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제2외국어 영역 가운데 올해 신설된 기초베트남어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89점에 달해 학생 간 수준 격차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 고교 중 두 곳에만 강의가 개설된 기초베트남어 응시자는 2만 2865명에 달해 전체 응시자의 38.0%였다. 결국 전 영역에 걸쳐 ‘성적’에 앞서 ‘과목과 유형 선택’이 대입의 큰 변수가 되면서 ‘로또 수능’이란 비판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용어 클릭]
■표준점수 영역별 응시자들 가운데 수험생의 상대적 위치를 보여 주는 점수다. 각 영역에서 맞은 문항의 점수를 그대로 더한 원점수와 달리 수험생의 성적이 표준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보여 준다. 원점수가 같더라도 응시자의 평균에 따라 표준점수는 크게 달라진다.
■백분위 과목별 만점을 100점으로 환산해 수험생의 상대적인 위치를 나타낸다. 수험생이 얻은 점수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수험생이 응시자 가운데 몇 %인지를 보여 준다. 예를 들어 백분위 점수가 63.0이라면 이 수험생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수험생이 63.0%라는 뜻이다.
■등급 영역별·과목별 표준점수 순서에 따라 1등급 상위 4%, 2등급 11%, 3등급 23%, 4등급 40%, 5등급 60%, 6등급 77%, 8등급 96%, 9등급 100%로 끊어서 구분한다. 실제 숫자는 정확히 %와 일치하지 않는데, 이는 동점자의 경우 상위 등급을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2013-11-27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