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세례·6시간 버스 감금 황교안 총리, 연막탄 쏘고 극적 탈출

계란 세례·6시간 버스 감금 황교안 총리, 연막탄 쏘고 극적 탈출

입력 2016-07-15 20:19
수정 2016-07-15 20:2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사드 배치 불가피성을 설명하기 위해 15일 경북 성주를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민들의 거센 항의로 고립됐다가 6시간 30분 만에 현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사드 배치 불가피성을 설명하기 위해 15일 경북 성주를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민들의 거센 항의로 고립됐다가 6시간 30분 만에 현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15일 경북 성주군청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관련 주민 설명회를 갖던 황교안 국무총리가 거세게 항의하는 주민들로부터 계란과 물병 세례를 받은 뒤 버스에 탑승했으나 주민들이 버스를 둘러싸는 바람에 6시간이나 감금되는 등 곤욕을 치렀다. 감금 상황이 장기화되자 경찰은 오후 5시 30분쯤 강제해산에 들어갔다. 황 총리는 경찰이 연막탄을 던진 어수선한 상황을 틈타 버스에서 나와 피신했고, 이를 주민들이 추적하는 등 험악한 해프닝도 벌어졌다.

 황 총리는 이날 헬기를 타고 오전 10시 30분쯤 성산읍 성산리 성산포대를 방문해 부대장으로부터 사드 레이더 설치 부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성렬 행정자치부 차관, 오균 국무조정실 1차장 등이 동행했다.

 황 총리 일행은 이어 오전 10시 56분쯤 성주군청을 찾았다. 청사 앞 주차장 등 입구에서는 ‘사드 배치 결사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빨간 띠를 두른 주민 3000여명이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황 총리 일행이 청사 정문 앞 계단에 들어서자 곧바로 계란과 물병이 날아들어 황 총리의 어깨 쪽을 때렸다. 주민들이 단상으로 올라서던 황 총리 일행을 막아서며 주민설명회는 파행을 빚기 시작했다.

 오전 11시 4분쯤 셔츠와 양복에 계란이 묻은 상태로 마이크를 잡은 황 총리는 “사드 배치를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송구하다. 북한이 하루가 멀다 하고 핵도발을 하고 국가 안위가 어렵고 국민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대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주민이 아무런 걱정 없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0여분간 설명을 듣던 주민들 사이에서 갑자기 “개××야” 등 욕설을 섞은 고성이 쏟아져 나왔다. 다시 정부 관계자들 쪽으로 물병 수십 개와 계란, 소금 등이 날아들었다. 5분 뒤 다시 설명을 이어 간 황 총리는 “국가 안위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성주 군민 여러분 죄송하고 거듭 죄송합니다”고 말했다.

 이어 김항곤 성주군수가 마이크를 잡고 “정부는 왜 성주 군민을 버리느냐. 왜 일방적 희생만 강조하냐”며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한 장관은 “여러분이 걱정하는 사드 전파가 주민 건강에 전혀 유해하지 않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겠다”고 밝혔지만 또 물병, 계란 등이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일부 주민들은 정부 관계자들을 향해 뛰어들려다가 경호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황 총리 일행은 군청사 안으로 철수한 뒤 오전 11시 35분쯤 군청과 맞붙은 군의회 출입문으로 빠져나가 미니버스에 올라탔다. 그러나 곧바로 주민들에게 둘러싸여 감금됐다. 황 총리는 경찰이 주민들을 강제해산하는 사이 준비해놓은 승용차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한 60대 주민은 “총리가 도망칠 수 있나 주민을 이해시켜야지”라며 “일방적으로 사드를 배치해 얼마나 큰 낭비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성주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성주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서울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