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심각한 성차별” 징계 요구
경찰 “불법행위 안된다는 훈육 차원”
SNS 칼부림 예고글 경찰 수사 나서
동덕여대가 남녀공학 전환을 둘러싸고 학내 갈등을 빚는 가운데 12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본관 앞에 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항의하는 뜻으로 학생들이 벗어 놓은 점퍼(과잠)들이 놓여 있다. 이날 학생들은 “목표가 실현될 때까지 수업 거부와 본관 점거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윤기 기자
홍윤기 기자
남녀공학 전환을 둘러싸고 학내 갈등이 커지고 있는 동덕여대에서 경찰이 시위 중인 학생들을 상대로 “나중에 애도 낳고 육아도 해야지”라며 출산 관련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종암경찰서 경비과 소속 경찰관 A씨 등은 전날 학교 측으로부터 소음과 재물손괴 신고를 접수한 뒤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본관으로 출동했다. 당시 이 학교 학생 40~50명은 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야구방망이와 소화기로 총장실 문을 두드리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당시 학생들에게 “나중에 애도 낳아야 하고 육아도 해야 하는데 이런 불법행위는…”이라고 말했고,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녹화된 영상이 유튜브 등에 올라왔다. 학생들은 경찰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 해”, “네가 임신해”라며 야유하는 등 불쾌감을 드러냈다.
종암서 홈페이지의 ‘칭찬게시판’에도 “대학에 가 봤자 여자는 임신과 출산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들리는 심각한 여성 차별 발언”이라는 등의 항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학생들이 이틀째 본관과 건물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기름을 붓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찰관 발언을 ‘성희롱’으로 보고 경질하라는 내용의 민원도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종암서 관계자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소화기로 문짝을 내리치는 불법행위는 안 된다는 말”이라며 “표현이 아쉬울 뿐 문제가 될 발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애를 키우는 입장에서 학생들이 아이도 생기고 육아도 할 거니 나이가 어린 학생들에게 훈육 차원의 발언을 한 것”이라며 “(학생들이) 그렇게 반응할 게 아니고, 성차별적 발언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동덕여대 학생들은 본관 등을 점거하고 수업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 동덕여대는 이날 김명애 총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공학 전환은 학교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으며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과 소통은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면서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11일부터 학생들의 폭력사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폭력사태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소셜미디어(SNS)에는 흉기 사진과 함께 동덕여대 시위를 언급하면서 칼부림을 예고하는 글이 게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관련 신고를 접수해 작성자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4-11-13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