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사 70%, 추석 12시간 연속 근무… “환자 많은 겨울 고비”

응급의사 70%, 추석 12시간 연속 근무… “환자 많은 겨울 고비”

이현정 기자
입력 2024-09-22 18:17
수정 2024-09-22 18:1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응급실 의사 17% “16시간 이상”
“실제로 그만둘 생각 있다” 52%
“겨울 심혈관 환자 몰려 위기감”

여야의정 협의체 논의 지지부진
조규홍 “2026학년도 검토 가능”

이미지 확대
‘응급실 상황은?’
‘응급실 상황은?’ 의료 대란이 이어지고 있는 2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인근에서 한 환자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4.9.22.
연합뉴스


추석 연휴 기간 응급실에서 일한 의사 10명 중 7명은 12시간 연속 근무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 남은 의사들이 연휴를 반납하고 환자를 본 덕에 큰 불상사 없이 추석 연휴를 넘길 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혹독한 노동이 계속된다면 심혈관 질환자와 독감 환자 등이 몰리는 겨울에 또 한 번의 응급실 위기가 찾아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강보승 한양대구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22일 “겨울에는 폐렴이나 독감과 같은 발열 환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기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이 훨씬 많아질 것”이라며 “인력 부족에 허덕이는 현 응급의료체계가 연말까지 유지되면 ‘응급실 뺑뺑이’ 문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응급환자가 많은 병원을 중심으로 응급진료와 배후진료 인력을 서둘러 충원해야 한다”며 “지금은 겨울이 아닌데도 119구급차 이송 환자를 과거의 절반밖에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공개한 응급의학과 전문의 89명의 근무 현황 조사 결과를 보면 추석 연휴가 낀 지난 13~20일 응급실 현장은 ‘간신히 버텼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빠듯하게 운영됐다. 응답자 중 62명(69.7%)이 12시간 이상 연속 근무를 했고 이 중 15명(16.9%)은 16시간 이상, 3명(3.4%)은 36시간 이상 근무했다. 전의교협은 “잠에서 깨어난 후 16시간이 지나면 업무 수행 능력이 급격히 감소해 환자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특히 기상 후 20시간이 지난 후의 근무는 음주 상태에서 환자를 보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고된 일에 지친 응급실 의사 상당수는 사직을 생각하고 있다. 응답자의 절반을 넘는 46명(51.7%)이 실제로 그만둘 생각이 있다고 답했고, 전공의 복귀가 무산되면 55명(61.8%)이 사직할 거라고 했다. 정부는 응급실 의료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 달에 37억원꼴로 재정을 투입, 의사 160명과 간호사 240명 등 400명 채용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단시일 내에 인력을 뽑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추석 당일인 지난 17일에는 부산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30대 여성 환자가 상급병원 전원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심정지로 사망했다. 다수의 병원이 신경과 진료 불가, 배후진료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환자 수용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문제의 근본은 인력 부족인데 겨울까지 인력 부족이 개선될 방법이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로가 축적돼 나빠질 가능성만 있다”며 “정부는 인력이 없는 현 응급의료체계로 겨울철 비상진료에 대응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정치권이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가 요구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 대통령 사과나 관계자 문책 요구를 정부는 받아들일 수 없고, 요구가 일부라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의료계도 대화에 나설 명분이 없는 상황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2025학년도 입학 정원은 이미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마감돼 변경이 어렵다. 2026학년도 정원은 의료계가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제로베이스에서 검토가 가능하다”고 재차 밝혔다.
2024-09-23 6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