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살이 밥심으로 이겨내라 응원했는데”… 식당엔 적막뿐

“타국살이 밥심으로 이겨내라 응원했는데”… 식당엔 적막뿐

송현주, 김중래 기자
입력 2024-06-26 00:13
업데이트 2024-06-26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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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잠긴 전곡산업단지

“대부분 딸 같은 젊은이들” 울먹
인근 이주노동자도 “모두 슬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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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합동 감식… 국과수 사망자 부검
현장 합동 감식… 국과수 사망자 부검 경기 화성시 서신면 일차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 공장 화재 이튿날인 25일 오전 사고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이날 국과수는 지난 24일 발견한 사망자 22명의 사인 규명을 위한 부검을 진행했다.
도준석 전문기자
“어떤 언니가 안 보일지 걱정돼. 매일 점심때 보던 사람들인데….”

경기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제조공장 직원들이 자주 이용했던 식당 사장 강모(75)씨는 25일 사고 소식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고 했다. 건설 현장이나 산업단지 등에 임시로 들어선 간이식당인 이 ‘함바집’은 전날 불이 난 아리셀 공장 직원들이 일주일에 사흘이나 찾던 곳이다. 이 공장 직원 23명은 전날 발생한 화재로 사망했다.

강씨는 “불이 난 공장에서 온 직원들은 대부분 20~30대 젊은 사람들이어서 딸 같았다”며 “이름은 몰라도 타국살이를 한다는 게 마음이 많이 쓰여서 한국 사람들은 ‘밥심’으로 힘든 걸 이겨 낸다고 응원해 줬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냐”고 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 청심환을 2개나 먹고도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날 오전 찾은 식당은 참사의 영향으로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 식당뿐 아니라 공장이 있는 전곡산업단지 전체가 적막했다. 전날 평소보다 20인분 정도 적게 음식 재료를 주문했다는 강씨는 “평소 이 시간이면 웃으며 밥 먹으러 들어올 시간인데 오늘 보이지 않는 언니들이 너무 많다”며 “한국 사람과 결혼해서 사는 사람도 있었고 아이가 있는 사람도 있었는데 어떡하나”라고 울먹였다. 최근에는 아리셀 공장의 작업량이 늘면서 식당을 찾는 공장 직원도 늘었다고 한다. 식당 직원은 “식사할 때만 보던 우리도 마음이 아픈데 남편이나 부모, 자식들은 얼마나 애통하겠나”라고 했다.

식당을 찾은 인근 공장 직원들도 서로 “그쪽 공장은 괜찮냐”며 안부를 물으면서 참사 이야기를 나눴다. 밥을 앞에 두고도 참사 소식을 전하는 휴대전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기도 했다. 네팔에서 온 한 이주노동자는 “이 산업단지에는 외국인이 많다”며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생겨서 슬프다. 나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모두 슬퍼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현주·김중래 기자
2024-06-2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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