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앞 트럭 쌩쌩 달려도 100명 미만이면 ‘NO 스쿨존’

어린이집 앞 트럭 쌩쌩 달려도 100명 미만이면 ‘NO 스쿨존’

김우진 기자
김우진 기자
입력 2024-06-07 02:40
수정 2024-06-07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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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어린이집 스쿨존 11% 그쳐
똑같이 위험해도 원생 수 기준
“22대 국회서 도로교통법 개정을”

“어린이집 주변 신호등·펜스 우선 설치해야”

지난 5일 서울의 한 어린이집 정문 앞 도로. 빠르게 내달리는 차가 인근 놀이터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선 아이들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쳤다. 인솔하던 교사가 아이들을 멈춰 세우지 않았다면 자칫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아이들은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지 않은 길을 어린이집 담벼락에 바짝 붙어 걸었는데 차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시속 30㎞가 훌쩍 넘는 속도로 달렸다. 어린이집 앞 도로임에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팻말이나 표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어린이집 원장 백모(52)씨는 “아이들이 어린이집 뒤에 있는 산책로로 이동하려면 이 길을 지날 수밖에 없다”며 “어린이집 규모가 작아 스쿨존 지정은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간신히 횡단보도 설치를 이끌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도로 보수 작업으로 지워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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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내 어린이집 4330곳 가운데 인근 도로 등이 스쿨존으로 지정된 어린이집은 480곳으로 전체의 11.1%에 불과하다. 도로교통법상 유치원·초등학교·특수학교는 학생 수와 관계없이 스쿨존 지정 대상이지만 어린이집은 정원 100명 이상인 경우에만 해당돼서다.

이마저도 강행 규정은 아니기 때문에 100명 이상 어린이집 인근 도로라고 무조건 스쿨존으로 지정되진 않는다. 서울 내 어린이집 중 정원 20명 이하인 가정어린이집 1207곳을 제외한 나머지 3123곳에서도 스쿨존을 찾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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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 미만 어린이집 주변도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지방자치단체와 관할 경찰서가 협의해 스쿨존으로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관심 밖인 경우가 대다수다. 보행 중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하거나 다친 6세 미만 아동은 2021년 441명, 2022년 352명, 지난해에는 400명으로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로 출범한 22대 국회가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모든 어린이집에 스쿨존을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스쿨존으로 지정돼 있지 않다 보니 차들이 쌩쌩 내달리는데 사고가 날까 불안하다. 구청에선 원아가 적은 어린이집이라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고 토로했다. 김의수 한국교통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원아 수를 기준으로 스쿨존 설치 대상을 구분하는 건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라며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스쿨존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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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공백이 메워질 때까지 지자체 차원에서 횡단보도나 신호등, 펜스 등 교통안전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어린이집 교사인 김모(40)씨는 “신호등이라도 설치해 달라고 구청에 건의했지만 어렵다고 하더라”며 “규모가 작다고 해서 아이들의 안전마저 뒷전인 게 안타깝다”고 했다.

2024-06-0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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