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경북 문경시의 한 장례식장에 차려진 순직 소방관들의 빈소에 동료들이 찾아오고 있다. 2024.2.1 연합뉴스
지난 31일 오후 7시 47분쯤 경북 문경시 신기산업단지 육가공 제조업 공장에서 난 불로 문경소방서 119 구조구급센터 소속 김수광(27) 소방교와 박수훈(35) 소방사가 순직했다.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이들은 화재가 발생한 건물 안에 공장 관계자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건물 내부로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인명을 검색하던 이들은 급격한 연소 확대로 건물 내부에 고립됐고, 곧이어 건물이 붕괴해 탈출하지 못했다. 소방당국은 고립된 이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끝내 주검으로 발견됐다.
고 김수광 소방교 생전 모습. 김수광 소방교 인스타그램 캡처
김 소방교는 투철한 사명감으로 화재 대응능력을 취득하는 등 자신의 역량을 키웠다. 지난해에는 소방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취득하기 어렵기로 소문이 난 ‘인명구조사’ 시험에 합격해 구조대에 자원했다. 같은 해 11월 이철우 경북도지사 명의의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지난 2019년 크리스마스에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근무 사실을 알리며 “누군가의 크리스마스를 위해 나의 크리스마스를 반납한다”는 글을 남겼다. 소방서를 방문한 아이들이 선물해 준 그림을 하나하나 간직하기도 했다.
젊은 세대답게 비번인 날엔 서울 맛집에도 다니며 열정적으로 지냈다.
고 박수훈 소방사 생전 모습. 박수훈 소방사 페이스북 캡처
‘사람을 구하는 일에 큰 보람을 느낀다’는 마음가짐으로 2022년 구조 분야 경력경쟁 채용에 지원해 임용됐다. 그는 당시 합격자 명단 사진을 SNS에 올리며 “아싸 소방사”라고 기뻐하기도 했다.
같은 해 박 소방사의 페이스북에는 그가 춤을 추다가 발차기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게재됐다. ‘경북소방’이 찍힌 특수복을 입은 채였다.
미혼인 그는 평소에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고 이야기하고 다닐 정도로 조직에 큰 애착을 느꼈다.
경북도소방본부는 “순직한 두 대원 모두 재난 현장에서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구조 활동에 임했다”고 전했다.
시민들 추모 잇따라…“부디 편히 쉬길”1일 소방청에서 운영하는 ‘순직소방관추모관’ 홈페이지에는 두 소방관의 추모 글이 잇따르고 있다.
시민들은 “그대들의 용기에 감사하다”, “하늘에선 부디 평안하시라”, “숭고한 희생정신은 우리들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있을 거다”, “이젠 힘든 일 하지 말고 편히 쉬길”, “안타깝고 감사하고 속상하고 여러 마음 표현할 길이 없다”, “좋은 곳으로 가서 못다 한 꿈 이루시라” 등의 글을 남기며 애도를 표했다.
한편 소방청은 순직한 소방관들에 대해 옥조근정훈장 추서와 1계급 특진 조치를 하고, 국립묘지 안장 및 국가유공자 지정 등을 할 계획이다.
1일 경북 문경 신기동 공장 화재 현장에 구조작업을 하다 숨진 소방관을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 있다. 2024.2.1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