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 숨은 영웅… 맥아더 옆 지킨 최병해 중령

인천상륙 숨은 영웅… 맥아더 옆 지킨 최병해 중령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2-07-25 22:24
수정 2022-07-26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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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륙 성공 돕고자 청진 교란 작전
“내가 무슨 영웅” 美 훈장은 버려
美 70년만에 유족에게 다시 전달
해군도 금성충무공훈장 전수해
1953년 독도영유권 저술도 화제
세 딸 “부친 희생으로 조국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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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영웅 최병해(가운데 점선) 중령이 맥아더 사령부에서 근무하던 시절 더글러스 맥아더(앞줄 왼쪽 두 번째) 장군과 함께 촬영한 사진. 최효선 수녀 제공
6·25 전쟁 영웅 최병해(가운데 점선) 중령이 맥아더 사령부에서 근무하던 시절 더글러스 맥아더(앞줄 왼쪽 두 번째) 장군과 함께 촬영한 사진. 최효선 수녀 제공
“아버님은 진정한 신앙인이자 애국자셨어요. 한평생 청렴결백하게 살다 가신 분입니다.”

선종한 지 어느덧 28년째지만 6·25 전쟁 영웅인 최병해 중령의 세 딸에겐 그리움이 가득했다. 지난 22일 부친을 조금이라도 더 알리고 싶다며 서울신문사를 찾아온 세 자매 최효선(63) 수녀, 최선화(61) 교수, 최진호(59) 전 수녀의 손에는 최 중령의 삶을 보여 주는 자료가 그리움만큼이나 넘쳤다.

최 중령은 2020년 11월 11일 경남 진해군항 서해대에서 거행된 해군 창설 75주년 기념식에서 세 딸에게 금성충무무공훈장과 종군기장이 전수되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당시 70년 만에 훈장을 받았다는 내용으로 화제가 됐다.

유족들에 따르면 1914년 2월 경북 울주군 언양읍 교우촌에서 태어난 최 중령은 신학 박사가 되기 위해 일본 유학을 떠났다. 일본에서 동포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이들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에 도쿄 주오대 법학부에 입학해 지금의 사법고시에 해당하는 일본 고등문관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조선 변호사 시보 등을 거쳐 맥아더 사령부에서 번역과장으로 일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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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인 최효선(가운데) 수녀, 최선화(오른쪽) 교수, 최진호(왼쪽) 전 수녀는 지난 22일 서울 중구 서울신문사를 찾아 부친의 이야기를 전했다. 류재민 기자
유가족인 최효선(가운데) 수녀, 최선화(오른쪽) 교수, 최진호(왼쪽) 전 수녀는 지난 22일 서울 중구 서울신문사를 찾아 부친의 이야기를 전했다. 류재민 기자
맏이인 최 수녀는 “아버님은 청진상륙작전의 유일한 생존자셨다”고 말했다.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해 당시 함경북도 청진을 포함한 5~6곳에서 교란 작전이 있었다는 것이 유족 측의 설명이다. 당시 최 중령을 포함해 국군 500명이 청진에 상륙했지만 약속했던 미군의 지원이 없었고, 전멸 위기에서 미군은 헬기를 보내 최 중령만 데려가려고 했다. 부하들과 운명을 같이하려는 그에게 부대원들은 “살아 돌아가 저희가 억울하게 죽었다는 사실을 알려 달라”며 태워 보냈다고 한다. 둘째 최 박사는 “파견된 500명은 최정예 부대였다. 누군가 북한에 생존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중령은 6·25 전쟁 당시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으로부터 브론즈 스타를 받았지만 “형제 싸움에 어떻게 영웅이 있을 수 있느냐”며 바다에 버렸다고 한다. 이 훈장은 해군 75주년 창설 기념식에서 마이클 도널리 주한 미 해군사령관이 유족에게 전달하면서 다시 세상에 존재하게 됐다.

유족들이 전하는 최 중령의 또 다른 업적은 독도의 영유권이 한국에 있다고 한 저술이다. 1953년 해군지에 실렸다. 세 자매는 한국과 주변 국가 간 수역 구분과 주권 보호를 위한 경계선인 ‘이승만 라인’ 또한 부친이 최초로 주장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경계선은 독도를 대한민국의 영토로 포함하고 있다. 이 밖에도 유족들은 최 중령이 장교와 사병이 수평적 관계라는 것을 강조하고 장교가 사병에게 함부로 손을 못 대도록 했다고도 했다.

최 박사는 “아버님은 미 해군 수뇌부에서 미스터 최로 불리면서 한국의 자존심을 지키셨다”면서 “아버님이 계셨기 때문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2-07-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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