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극단 선택 부른 혐오… 그들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다

성소수자 극단 선택 부른 혐오… 그들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다

손지민 기자
입력 2021-03-23 21:02
수정 2021-03-24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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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사 모임, 트랜스젠더 지지 선언

성적 지향·정체성 강제 노출 ‘아우팅’ 등
사회서 존재 자체 부정당하는 공포 불러
전문가 “스스로 돌보라고 떠밀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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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상담사 모임’이 마련한 온라인 포스트잇 공간. 23일까지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1859개의 메시지가 모였다. 홈페이지 캡처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상담사 모임’이 마련한 온라인 포스트잇 공간. 23일까지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1859개의 메시지가 모였다.
홈페이지 캡처
자신의 정체성을 공개하고 사회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던 트랜스젠더들이 최근 연이어 사망하자 대학교수 등 심리상담 전문가들이 성소수자들과 함께하기 위해 팔을 걷었다.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상담사 모임’에 참여한 변상우 서울예대 예술창작기초학부 교수와 오현정 뜻밖의상담소 공동대표는 지난 1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트랜스젠더의 극단적 선택은 ‘사회적 타살’”이라며 “스스로 정신건강을 돌보라고 성소수자를 떠밀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여러 성소수자를 상담해 본 변 교수와 오 대표는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가 이들에게 배제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우팅’에 대한 공포다. 아우팅은 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드러나는 것을 말한다. 오 대표는 “존재 자체를 사회에서 부정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성소수자의 내면에 늘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배제에 대한 불안감은 특히 ‘발달 이행기’에 높아진다.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으로, 대학생에서 직장인으로 나아가는 이행기에 심리적으로 더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변 교수는 “예컨대 대학 공간 안에서 조금씩 주변 사람들에게 커밍아웃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존중받고 살다가 취업 활동에 접어드는 등 변화가 생기면 새로운 집단에서 거부당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스트레스가 커지기 쉽다”고 했다.

성소수자의 잇단 사망이 알려진 지금 같은 시기야말로 ‘베르테르 효과’를 경계하고 성소수자의 마음 상태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변 교수는 “서울시장 후보들이 토론회에서 하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도 트랜스젠더들의 심리적 위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리적 위기를 겪는 성소수자에게 일반적인 스트레스 관리법을 제시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성소수자의 심리적 위기를 유발하고 악화시키는 요인이 이들을 배제하는 사회 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마음 건강을 개인의 몫으로만 돌리지 말고 사회가 약자들의 건강을 돌보는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심리적 위기를 겪는 성소수자들이 있다면 빠르게 사회 안전망과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담사들이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모임을 만든 것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들은 지난 10일 트랜스젠더의 죽음을 추모하고 성소수자와 연대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틀 만에 상담사 600여명이 동참했다. 지지 모임은 오는 31일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에 맞춰 트랜스젠더 용어에 대한 미국 자료를 번역해 배포하는 등 연대를 계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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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2021-03-2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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