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년… 코로나 최전방엔 평범한 그들이 있었다

어느새 1년… 코로나 최전방엔 평범한 그들이 있었다

최영권 기자
입력 2020-12-27 22:12
수정 2020-12-28 09:2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노숙인 돌보던 의사 “취약층 의료 공백 걱정”
서울시립동부병원 박신웅 응급실장
이미지 확대
현실 영웅들은 겸손했다. 올 한 해 내내 코로나19와 싸운 영웅들은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서울시립동부병원에서 환자 치료를 맡은 박신웅 응급실장.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현실 영웅들은 겸손했다. 올 한 해 내내 코로나19와 싸운 영웅들은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서울시립동부병원에서 환자 치료를 맡은 박신웅 응급실장.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박신웅(37) 서울시립동부병원 응급실장은 코로나19 의료 최전선에 있으면서도 2주 전 퇴원해야 했던 이들을 걱정했다. 동부병원은 서울 내 노숙인과 외국인 노동자, 저소득층 등 민간병원에 가기 어려운 취약계층이 이용하던 공공병원이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지난 7일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이 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이들은 어쩔 수 없이 퇴원해야 했다.

박 실장은 “공공병원이 전염병 대처를 하는 게 맞다”면서도 “우리 병원까지 전담병원이 되면서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에 관심을 두는 곳이 없어졌다”며 걱정했다.

동부병원은 코로나19와 전쟁 중이다. 4, 5, 6층 병동 각층에 이동형 음압기 27개 병상을 마련했다. 총 81개 병상에 의료진 3개 팀이 주야간 10시간, 14시간씩 3교대 순환으로 근무한다. 병원에 있는 모든 의사가 진료과목과 상관없이 밤을 새운다. 박 실장은 “대학병원 인턴 때 이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한겨울에도 땀이 뻘뻘 나는 ‘레벨D’ 방호복을 입고 진료를 하면 숨쉬기가 답답하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찬다”고 말했다.

환자 상태가 악화하면 구급차를 함께 타고 인공호흡기를 이용할 수 있는 상급병원으로 환자를 이동시키는 일도 박 실장의 업무다. 그는 “병상이 부족해져 전원 요청을 해도 하루이틀 기다려야 하는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코로나 영웅’으로 동료를 꼽았다. 그는 “올 한 해 최일선에서 코로나와 싸운 모든 의료진에게 수고하셨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주말 없는 역학조사관 “확진자 거짓말, 가장 힘들어”
서울시 서초구 최영조 역학조사관
이미지 확대
현실 영웅들은 겸손했다. 올 한 해 내내 코로나19와 싸운 영웅들은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영조 서울 서초구 역학조사관이 확진자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자료를 보고 있다.
현실 영웅들은 겸손했다. 올 한 해 내내 코로나19와 싸운 영웅들은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영조 서울 서초구 역학조사관이 확진자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자료를 보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최전방 공격수’는 역학조사관이다. 의료진이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을 치료하며 코로나19와 맞선다면 역학조사관들은 이보다 앞서 선제적으로 감염될 지점을 포착해 확산을 막는다.

서울 서초구의 최영조 역학조사관은 “밀접접촉자를 분류하고 자가격리를 통보할 때, 또 그 접촉자가 코로나19 확진자로 판정받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병이 더 퍼지지 않도록 확산을 저지할 수 있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초구는 서울 내 다른 지역보다 유동인구 밀집 지역이 많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강남역 사거리가 있고, 대형 백화점도 여럿 있다.

최 조사관은 “서초구에선 역학조사관 3명과 그 밖의 지원 인력 100명이 함께 근무한다”며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서 평일·주말 구분 없이 밤 10~11시가 돼야 퇴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확진자 동선 추적이 어려울 때 가장 힘이 빠진다”며 “확진자가 얘기한 최초 동선과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가 맞지 않을 때 애를 많이 먹는다”고 밝혔다.

최 조사관은 코로나 영웅으로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구청 동료들을 꼽았다.

그는 “구청에서 차출돼 보건소에 온 일반행정 직원들은 평소 업무가 아니어서 힘들 텐데도 자기 일처럼 열심히 한다”며 “모두 힘을 모아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선별검사소에 핫팩 전달한 시민 “의료진 헌신 기억”
의료진에 핫팩 기부한 정서희씨
이미지 확대
현실 영웅들은 겸손했다. 올 한 해 내내 코로나19와 싸운 영웅들은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기 군포시 주민 정서희씨는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 직원들에게 핫팩 등을 기증했다.
현실 영웅들은 겸손했다. 올 한 해 내내 코로나19와 싸운 영웅들은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기 군포시 주민 정서희씨는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 직원들에게 핫팩 등을 기증했다.
경기 군포시에 사는 정서희(33)씨는 지난 21일 동네 주차장에 새로 설치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검사소 천막 한쪽 면이 펄럭이며 찬 공기가 안으로 들어갔다. 정씨는 주변을 살폈다.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몸을 녹일 난방기구 하나 보이지 않았다.

정씨는 검사소를 나오는 직원에게 미리 준비한 핫팩(손난로)과 한 입 크기의 초콜릿이 가득 든 봉지를 건넸다. 검사소 직원은 “어떻게 이런 걸 다 준비하셨느냐”면서 “감사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정씨는 “작은 호의였지만 기쁘게 생각해 주시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했다.

얼마 전 검사소에서 자원봉사를 한 사람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정씨의 마음을 움직였다.

“의료진이 핫팩으로 손이 아닌 볼펜 잉크를 녹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또 잦은 손소독제 사용으로 의료진 손이 건조하다고 해서…. 겨울이라 피부가 갈라질 수 있으니까 핫팩을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코로나19 의료진에게 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정씨. 그는 “어려운 시국에 발 벗고 나선 의료진 그리고 뒤에서 의료진을 돕는 공무원들에게 정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국민들은 이분들의 헌신을 꼭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가 생각하는 코로나 영웅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었다. 정씨는 “정 청장은 어려운 시기에 꾸준히 브리핑을 하면서 코로나19 대응 상황을 지휘하고 있다”며 “오랜 기간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은 국민 모두에게 본보기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코로나19로 어려울 때일수록 취약계층에게 우리 사회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목욕탕을 계속 운영하도록 하는 이유가 집에 따뜻한 물이 나오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서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식당도 집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영업을 허용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지금보다 좀 더 세밀한 복지가 필요합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임관 앞당긴 간호장교 “환자 감사 쪽지에 피로 싹”
성남 국군수도병원 이해인 소위
이미지 확대
현실 영웅들은 겸손했다. 올 한 해 내내 코로나19와 싸운 영웅들은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간호장교 이해인 소위는 지난 3월 경북 경산시 국군대구병원으로 파견돼 의료 지원 업무를 수행했다.  국군의무사령부 제공
현실 영웅들은 겸손했다. 올 한 해 내내 코로나19와 싸운 영웅들은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간호장교 이해인 소위는 지난 3월 경북 경산시 국군대구병원으로 파견돼 의료 지원 업무를 수행했다.
국군의무사령부 제공
“음압병실에서 한 환자가 퇴원하며 작은 쪽지를 건네줬어요. 작은 글씨로 ‘지금까지 감사했어요’라고 적혀 있었는데 그동안의 고생이 싹 잊히는 듯했습니다.”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간호장교 이해인(23) 소위는 지난 3월 코로나19 의료 지원을 위해 국군대구병원에서 근무했을 때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대구·경북 지역에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 3월 국군대구병원에 약 한 달간 파견돼 의료 지원 임무를 수행했다. 정부는 부족한 병상을 마련하기 위해 국군대구병원을 국가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하고 국군간호사관학교 60기 신임 장교 75명을 파견했다.

이들은 급박한 상황 때문에 졸업 및 임관식도 6일을 앞당겨 치른 뒤 곧바로 대구로 향했다. 이 소위는 “임상 경험이 없어 환자나 의료진에게 오히려 폐를 끼치게 될까 걱정했지만 주변에서 많은 응원을 보내 힘이 됐다”고 회상했다.

국군대구병원에 도착한 이 소위는 첫날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무겁고 땀이 차는 방호복은 갑갑했다. 하지만 자신보다 더 고생하는 환자들을 생각하면 방호복이 가벼운 전투복처럼 느껴졌다. 아직 생도 신분인 간호사관학교 62기 후배들도 지난 18일 생활치료센터 지원에 투입됐다. 이 소위는 “한창 공부해야 할 때 어려운 환경으로 파견을 가게 돼 안타깝고 미안하다”며 “배운 대로 임한다면 선배들보다 더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후배들을 응원했다. 코로나 영웅을 묻는 말에 이 소위는 “불편을 감수하면서 방역지침을 잘 따르는 모든 국민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근무 중 감염 공무원 “혈장 공여·후유증 연구 참여”
성남시청 선명희 주무관
이미지 확대
현실 영웅들은 겸손했다. 올 한 해 내내 코로나19와 싸운 영웅들은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선명희 성남시청 주무관이 경기 안산시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치료제 개발을 위한 혈장 공여를 하고 있다.
현실 영웅들은 겸손했다. 올 한 해 내내 코로나19와 싸운 영웅들은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선명희 성남시청 주무관이 경기 안산시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치료제 개발을 위한 혈장 공여를 하고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돼 치료를 받던 성남시청 주무관 선명희(39)씨는 확진된 지 일주일이 되던 밤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에 빠졌다. 의료진의 응급처치로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선씨는 코로나19가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깨달았다. 완치 후 다음 중환자들을 위해 선뜻 혈장을 내놓은 이유다.

지난 3월 보건소에서 근무하던 선씨는 역학조사를 나갔다가 다른 동료 직원 4명과 함께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보건소에서는 역학조사관이 본격적인 조사에 나가기에 앞서 ‘선조치’를 취한다. 확진자의 기초 동선을 확보하고, 확진자가 방문한 병원·회사·학교 등에 알려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37일 만에 완치된 선씨는 동료 직원들과 함께 혈장을 공여하기로 결심했다. 혈장 공여 과정은 쉽지 않았다. 혈장 공여를 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병원인 고려대 안산병원은 보건소와 1시간 거리였다. 철분 수치 등 부적격으로 공여가 어려운 사람도 있었다. 그럼에도 선씨와 동료들은 직접 철분제를 사서 먹고, 개인 연가를 쓰면서 혈장 공여를 마쳤다.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는 지금은 완치자들의 혈액을 채취한 혈장치료제가 절실하다. 선씨는 확진 중 호흡곤란이 왔던 때를 떠올리며 “이게 다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라면서 “내가 받은 의료 혜택만큼 다음 환자들이 빨리 완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코로나19 후유증 연구에도 참여 중이다. 연구도 연가를 사용해 나가고 있다. 선씨는 “코로나19 해결을 위해 이 한몸 바쳐 보겠다”면서 “보건소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이 코로나 영웅”이라며 웃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지하철 청소노동자 “방역복 입고 청소하면 땀이 줄줄”
지하철 방역 최전선 황춘자·임윤미씨
이미지 확대
현실 영웅들은 겸손했다. 올 한 해 내내 코로나19와 싸운 영웅들은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하철 청소노동자 황춘자(오른쪽)씨와 임윤미씨가 서울 성동구 뚝섬역 승강장에서 방역 장비를 들고 서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현실 영웅들은 겸손했다. 올 한 해 내내 코로나19와 싸운 영웅들은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하철 청소노동자 황춘자(오른쪽)씨와 임윤미씨가 서울 성동구 뚝섬역 승강장에서 방역 장비를 들고 서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지하철역에 들어설 때 손이 닿는 에스컬레이터의 손잡이부터 개찰구, 승강장의 전광판, 화장실 수도꼭지, 열차 의자와 손잡이까지. 지하철 청소노동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소독약을 뿌리고 닦는다. 수많은 이용객의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서다.

수서고속열차(SRT)와 3호선이 교차하는 수서역에서 역사 청소를 맡은 황춘자(64)씨와 전동차 기지에서 일하는 임윤미(53)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업무량이 배로 늘었지만 우리 모두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씨는 “여름에는 방역복을 입고 열차를 청소하면 땀이 비 오듯 쏟아졌는데, 겨울은 따뜻해져서 낫다”며 웃었다.

두 사람은 지난 9월 신도림역에서 청소노동자 8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겁이 더럭 났다고 했다. 대부분의 청소노동자는 좁은 휴게실에서 싸 온 도시락을 함께 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나란히 앉아 식사하고 대화를 하지 않는다. 최근 청소노동자 전원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는데, 방역수칙을 지켰던 황씨와 임씨도 지난 20~21일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 함께 외치는 구호도 바뀌었다. 황씨는 “우리 역은 원래 ‘너도 안전, 나도 안전, 고객 안전 지키자’가 구호였다”면서 “지금은 ‘개인위생 철저히 해서 아프지 말고 퇴직하자’고 외친다”고 말했다. “감사하다”는 한마디는 언제나 큰 힘이 된다. 황씨는 “‘지하철 화장실이 호텔보다 깨끗하다’는 감사 인사도 듣는다”며 “코로나19 이후 우리 일의 중요성을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돼 보람도 커졌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모든 청소노동자가 코로나 영웅”이라고 답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2020-12-28 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설명절 임시공휴일 27일 or 31일
정부와 국민의힘은 설 연휴 전날인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내수 경기 진작과 관광 활성화 등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에 일부 반발이 제기됐다.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될 경우 많은 기혼 여성들의 명절 가사 노동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내수진작을 위한 임시공휴일은 27일보타 31일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있다. 설명절 임시공휴일 27일과 31일 여러분의…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적합하다.
31일이 임시공휴일로 적합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