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프리랜서의 눈물 “묻지도 않고 계약서만 보고 근로자 아니래요”

위장 프리랜서의 눈물 “묻지도 않고 계약서만 보고 근로자 아니래요”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20-08-17 20:52
수정 2020-08-18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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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들 근로계약 안하고 프리랜서 체결
임금체불·부당해고당해도 ‘묻지마 판정’
고용부 “근로자가 아니니 민사소송해라”

휴대전화 판매 대리점에서 일해 온 A씨는 최근 퇴직금과 임금체불 건으로 노동청에 진정을 넣었다. 그러나 근로감독관은 계약 건당 인센티브를 받기로 했기 때문에 근로자인지 따져 봐야 한다고 했다. A씨는 “매일 똑같은 시간에 출근해 회사 지시대로 일했는데 근로자가 아니면 나는 무엇인가”라고 호소했다.

정보기술(IT) 개발자인 B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한 회사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하다 일방적으로 해고됐다.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해 노동청에 체불임금 진정을 냈지만, 근로감독관은 “근로자 신분이 아니니 민사소송으로 해결하라”고 했다. B씨는 “회사가 지정해 준 장소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정규직 개발자들과 회사 지시를 받으며 일했는데, 근로감독관은 계약서만 보고 근로자가 아니라고 한다”고 말했다.

미용사로 일하는 C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밀린 월급을 받지 못해 고용노동부에 호소했더니 C씨가 프리랜서라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최근 각국에서 우버·리프트 기사를 프리랜서가 아닌 노동자로 분류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프리랜서의 근로자성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17일 이른바 ‘위장 프리랜서’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피해 사례를 공개하면서 “근로기준법상 각종 의무를 피하려고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맺는 대신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전 산업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동자인지 사업주(프리랜서)인지 판단해야 할 고용부가 ‘묻지마 판정’을 하고 있다는 게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법원 판례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업무의 종속성, 책임자의 지휘·감독 여부, 근무시간과 장소 지정 여부 등이다. 근로자로 판단되지 않으면 임금이 밀려도, 부당해고를 당해도 노동청과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기 어렵다. 직장갑질119는 “법원과 정부는 근로관계를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보면서도 근로자임을 주장하는 자에게 입증 책임을 부과하고 근로자성 판단 기준도 매우 엄격하게 정하고 있다”며 “근로감독관의 직무유기로 인해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진짜 노동자’들이 ‘위장 프리랜서’가 돼 모든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지난해 9월 ‘AB5법’을 제정해 ▲노동자가 회사의 지휘·통제에서 자유롭고 ▲해당 회사의 통상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를 해야 하며 ▲회사와 별개로 독자적인 영업·고객층이 있어야만 독립계약자로 취급하도록 했다. 윤지영 변호사는 “AB5법의 요건과 같은 판단기준은 당장 법률을 바꾸지 않고도 정립할 수 있다”며 “고용부가 근로자성 판단 지침만 새롭게 만들어 사용자에게 입증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법원 판례의 근로자성 판단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근로자성을 따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사안이 큰 문제는 들여다보며 개선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박승진 서울시의원, ‘중랑구 가을 축제 릴레이 개최 환영… “봄 장미축제 이을 명품 가을 축제 싹 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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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20-08-1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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