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있냐…” 박원순 피해자 지원 단체 때리는 전화 폭탄

“증거 있냐…” 박원순 피해자 지원 단체 때리는 전화 폭탄

김주연 기자
김주연 기자
입력 2020-07-29 21:08
수정 2020-07-30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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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후 욕설·인신공격 전화 이어져
긴급 상담 필요한 위기 여성 애꿎은 피해
“계속된 항의, 피해자에 2차 가해 될 수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들이 항의전화와 후원철회에 몸살을 앓고 있다. 유력 정치인의 성폭력 문제를 지적하면 피해자나 활동가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여성단체들은 토로했다.

29일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를 대신해 기자회견을 연 지난 13일부터 매일 활동가들에게 욕설과 인신공격을 쏟아붓는 항의전화가 쇄도해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폭력 피해 상담 창구로 항의전화를 거는 사람도 적지 않아 긴급 상담과 지원이 필요한 위기의 여성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초기에는 박 전 시장 장례식을 마치기도 전에 기자회견을 하느냐는 항의가 많았다”면서 “최근에는 왜 다른 성폭력 피해자는 돕지 않느냐고 비아냥거리거나 이번 사건이 성폭력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아무리 설명을 해도 욕설하며 화를 내는 분이 많다”면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사건 때도 항의전화가 오긴 했지만 이 정도로 심하지 않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원단체에 대한 항의는 피해자에게 심리적 압박이 될 수 있다고 여성단체는 우려했다.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지원기관에 대한 항의전화 등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년 가까이 여성단체를 후원하던 장기 후원자 일부도 박 전 시장 사건을 계기로 후원을 철회했다. 노조선이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우리 단체가 정치적으로 이용됐다고 보거나 피해자의 증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후원을 해지한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피해자를 응원하기 위한 전화나 지원 단체를 돕겠다는 후원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두 단체를 돕자는 문자 후원 인증 캠페인이 벌어졌다. 권김현영 여성주의 활동가는 지난 24일 후원을 철회한 장기회원의 빈자리를 채우자며 후원을 독려하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이달만 보면 후원 해지보다 신규 후원이 더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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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2020-07-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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