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단체 “北 선원 추방한 정부, 국제형사재판소에 고발”

탈북민단체 “北 선원 추방한 정부, 국제형사재판소에 고발”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19-11-12 16:43
수정 2019-11-13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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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파렴치하고 반인륜적·반인도적 범죄”…국정원장·통일부 장관 등 고소

탈북민 지원단체, 강제 북송 정부 일제 비판
“김정은 손아귀 한국까지 뻗친 생각에 참담”
“비인권적인 강제 북송 국제사회가 알아야”
“탈북민에 만행 저지른 정부 규탄해달라”
김연철 “귀순 의사 표명했으나 일관성 없었다”
한국당, 조사과정 비공개· 증거인멸 비판
바른미래 “닷새간 국민 알 권리 침해 유감”

정부 “공간상 살인 가능…돼지열병차 소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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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강제추방 저지’ 외치는 북한인권단체총연합회원들
‘탈북민강제추방 저지’ 외치는 북한인권단체총연합회원들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정문에서 북한인권단체총연합회원들이 ‘탈북민강제추방 저지 전국 탈북민 강력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2019.11.12 연합뉴스
북한 동료선원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선원 2명을 판문점을 통해 추방한 정부의 조치와 관련해 탈북민단체들이 국가정보원장과 통일부 장관, 국방부 장관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인권단체 총연합회는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사와 재판도 없이 단 5일 만에 북한선원 2명을 북송했다는 사실은 반헌법적·반인권적”이라며 국정원장 등 관련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고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건은 25년 동안 3만 5000여명의 탈북주민이 한국을 찾아온 이래 첫 강제송환”이라면서 “가장 파렴치하고 반인륜적이며 반인도적인 범죄”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정은의 손아귀가 한국까지 뻗치고 있다는 생각에 참담하다”면서 “강제 추방된 청년들이 가장 야수적인 수단으로 죽임을 당할 것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고 덧붙였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이번 강제 북송이 얼마나 잔인하고 비인권적인지를 국제사회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행위는 한국 헌법에도 위배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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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단체총연합회 ‘탈북청년 흉악범 조사결과 공개하라’
북한인권단체총연합회 ‘탈북청년 흉악범 조사결과 공개하라’ 북한인권단체총연합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7일 북한 강제 추방 사건을 규탄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민국으로 귀순한 두 명의 20대 청년이 북한으로 강제 추방된 사건은 현 정권의 반인륜적 행태”라고 밝히고, 정부를 규탄했다. 2019.11.12/뉴스1
이어 “반드시 국제형사재판소에 책임자들을 고발하겠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말씀드리며,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북한인권단체 총연합회 및 다른 탈북 단체들의 생각”이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흥광 북한인권단체 총연합회 회장은 “어떻게 자유를 논하는 한국 정부가 북에서 내려온 형제들을 고기를 던지듯 김정은에게 던질 수 있느냐”면서 “우리 탈북자들은 현재 생명과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고 있으며 불안에 떨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주환 탈북자동지회 회장도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한국 국민들과 모든 정당이 들고 일어나서 탈북민에 대한 만행을 저지른 정부를 강력히 규탄할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일 해상에서 16명의 동료 선원을 살해하고 도주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선원 2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측으로 추방했다고 밝혔다. 남측으로 온 북한주민을 판문점을 통해 추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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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이 생각하는 대한민국은?’
‘탈북자들이 생각하는 대한민국은?’ 북한인권단체총연합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7일 북한 강제 추방 사건을 규탄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민국으로 귀순한 두 명의 20대 청년이 북한으로 강제 추방된 사건은 현 정권의 반인륜적 행태”라고 밝히고, 정부를 규탄했다. 2019.11.12/뉴스1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추방 사실을 알린 당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선원 2명과 관련해 “지난 2일 나포한 북한 주민 2명은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우리 해군에 제압된 직후 귀순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으나 일관성이 없어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해 추방했다”고 말했다.

합동조사 결과 이들은 8월 중순 북한 김책항을 출항해 러시아 해역 등을 다니며 오징어잡이를 하던 중 선장의 가혹 행위로 인해 3명이 공모해 선장을 살해하고, 범행 은폐를 위해 동료 선원 15명도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김 장관은 설명했다.

이들은 자강도로 도망가기 위해 김책항 인근으로 이동했다가 공범 1명이 체포되는 것을 보고 다시 도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장관은 “이들은 남하 과정에서 우리 해군과 조우한 뒤 이틀간 도주했고 경고사격 후에도 도주를 시도했다”면서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질렀고, 우리 사회에 편입 시 위험이 될 수 있고, 국제법상 난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추방했다”고 당위성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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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강제추방 저지 전국 탈북민 규탄집회’
‘탈북민강제추방 저지 전국 탈북민 규탄집회’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정문에서 북한인권단체총연합회원들이 ‘탈북민강제추방 저지 전국 탈북민 강력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2019.11.12 연합뉴스
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들이 귀순 의사를 분명히 표현했나’라는 질문에 “이들이 ‘죽더라도 돌아가겠다’는 진술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일부 측은 이후 기자들에게 장관의 발언이 선원들에 대한 우리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밝힌 게 아닌 지난달 살인 사건을 저지른 이후 북한 김책항으로 돌아가면서 선원들끼리 대화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정정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언론에 “합동신문조사 때 새로 ‘조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등 일부 정치인들은 정부가 이번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지난 9일 성명에서 “2명(실제로는 3명)이 16명을 살해했다고 하는데 이들이 무슨 터미네이터인가”라며 조사 과정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라고 촉구한 뒤 “(북한 주민들이) 타고 온 배는 국정원 요청으로 깨끗이 소독했다고 한다”며 증거 인멸 의혹을 제기했다.

좁은 배 안에서 3명이 총기도 사용하지 않고 다른 16명을 살해했다는 정부의 설명을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도 “그들의 귀순 요청 이래 닷새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국민은 아는 바가 없었다”면서 “국민의 알 권리 침해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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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C 고위관계자가 받은 문자메시지
NSC 고위관계자가 받은 문자메시지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고위관계자가 공동경비구역(JSA)의 현역 중령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 사진을 보며 김연철 통일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메시지에는 지난 2일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으로 내려와 나포했던 북한 주민 2명을 이날 오후 3시에 판문점을 통해 송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연합뉴스
북한 주민의 추방 사실은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청와대 관계자가 수신한 문자 메시지가 보도되면서 처음 알려졌다.

백승주 한국당 의원은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비밀리에 (이들을 북한으로) 보낼 때까지 철저히 국민을 속인 일”이라면서 “국민을 상대로 중대한 안보사건을 속이려고 하다 우연히 밝혀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태경 의원은 “강제로 보내는 것은 대한미국 국민을 적지로 보내는 것”이라면서 “일종의 납치이며 (정부는) 납치 공범”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그러나 이런 의혹 제기가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국정원 등 관계 당국은 북한 주민들이 타고 있던 선박의 길이가 비록 15m(17t급) 길이에 불과하지만, 아래쪽의 휴식 공간과 조업 공간이 분리돼있어 ‘16명 순차 살인’이 전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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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9.10.17  김명국선임기자 daunso@seoul.co.kr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9.10.17
김명국선임기자 dauns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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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하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
답변하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9.11.7 연합뉴스
정부는 이들은 취침 중이던 선원들을 ‘근무 교대를 해야 한다’며 40분 간격으로 2명씩 불러내 살해하고 시신을 바다에 유기했다고 밝혔다.

또 ‘선박 소독 조치’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절차 등에 따른 것으로, 지난 5월 강원도 삼척항에 입항한 북한 목선에 대해서도 똑같은 조치가 이뤄졌다며 ‘증거인멸’ 의혹을 일축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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