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사찰 정황 찍어 공유한 세스코 직원, 2심서 무죄

노조 사찰 정황 찍어 공유한 세스코 직원, 2심서 무죄

고혜지 기자
고혜지 기자
입력 2019-10-21 15:45
업데이트 2019-10-2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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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출입 금지 구역 무단침입”
직원 “작업하러 갔다 우연히 발견”
1심 50만원 벌금형, 항소심에서 뒤집혀
법원 모습
법원 모습
회사가 노동조합을 사찰한 정황을 촬영해 노조에 공유했던 세스코 직원이 2심 무죄 판결을 받았다. 앞선 1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됐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1부(유남근 부장판사)는 종합환경위생기업 세스코 직원 박모(33)씨의 항소심에서 50만원의 벌금을 내렸던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2017년 11월 노조원인 박씨는 본사 회의실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사찰 정황이 담긴 내용을 발견하고 휴대전화로 촬영해 노조에 공유했다. 회의실 화이트보드에는 ‘노조원 A씨가 점심시간에 거래처 주변 식당에서 B씨, C씨를 만났고 D씨에 조합 가입을 권유했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사측은 내용이 유출 된 데에 대해 지난해 1월 박씨를 건조물침입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회의실 출입문에 ‘태스크포스(TF) 인원 외 회의실 사용 및 출입 금지’라고 표시해놨는데도 박씨가 인사팀 회의 내용 촬영을 위해 무단으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박씨를 약식 기소했으나 박씨는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박씨는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각 층별 방제작업을 하는 것이 기본 업무고, 그날도 작업을 위해 관리소에서 받은 마스터키와 출입카드로 회의실에 들어갔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씨는 “세스코 노조가 막 설립됐을 때였고, 회사가 설립을 막기 위해 직원을 회유했단 의혹이 제기됐었다”면서 “우연히 노조 사찰행위를 알게 됐고 그 정황이 지워지기 쉬운 화이트보드에 쓰여 있었다. 누구라도 증거를 남기고자 촬영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작업 도구를 소지했으나 별다른 방제 작업을 하지 않았고, 외부인 출입 금지 회의실에 출입한 것은 관리자 의사에 반한다”면서 “무단침입이 인정된다”고 봤다. 따라서 박씨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회의실 방제 작업을 하려면 약제가 보관된 공조실에 먼저 들어가야해 회의실을 지나갈 수밖에 없다”는 박씨 주장을 인정했다. 또, “피고인의 회의실 출입에 다른 목적이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객관적 자료도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화이트보드에 직원들의 노조 활동 내용이 기재돼있고, 일부 노조원의 회사 외부 행적으로 보이는 내용도 존재한다”면서 “피고인으로서는 회사가 노조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재판부는 “촬영 외 영업비밀 침해 등 다른 위법행위를 했다고 볼 증거는 없다”면서 “촬영이 허용범위를 넘은 위법 수준의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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