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김지은이다’ 외친 554일… “피해자 탓하는 인식 바뀌었으면”

‘내가 김지은이다’ 외친 554일… “피해자 탓하는 인식 바뀌었으면”

입력 2019-09-09 22:34
수정 2019-09-10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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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協 대표 소회 “성폭력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큰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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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가게 돼 다행입니다. 김지은씨가 한 명의 시민으로 잘 살기를 바라요.”

‘안희정 사건’의 피해자인 김지은씨를 도와 온 배복주(48)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9일 대법원 판결 직후 “내 일처럼 울고 웃은 날이 드디어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김씨가 지난해 3월 언론을 통해 피해 사실을 폭로한 뒤 554일 동안 곁을 지키며 “내가 김지은이다”를 외친 사람 중 한 명이다.

배 대표는 “재판을 거치면서 덜 익숙한 조직 내 위력에 의한 성폭력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게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사건은 지난해 1월 서지현 검사가 폭로한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사건과 함께 한국 사회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의 상징이었다.

배 대표는 1998년 장애여성 단체를 설립하면서 여성 운동에 뛰어든 ‘베테랑’이지만 “안희정 사건은 정말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자가 대권주자로 거론될 만큼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물이었고 민주주의와 젠더에 대해 얘기하던 사람이었기에 지지자들과 맞서는 게 힘들었다”면서 “다른 사건과 달리 모두가 가해자를 알고 편드는 상황에서 ‘그 사람이 잘못했다’고 주장하는 데 따른 부담이 컸다”고 돌이켰다.

특히 1심 무죄 판결이 나왔을 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배 대표는 “공개 진행된 1심 공판에서 피고인 측 증인들 얘기가 실시간 생중계되다시피 해 피해자가 큰 부담을 느꼈고 재판부 심리 역시 폭력적이었다”면서 “이미 대법원에서 ‘위력’이 유무형으로 존재하고 행사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한 전례가 있는데 1심 재판부는 이를 아예 인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재판 과정에서의 2차 가해 역시 감당하기에 벅찼다. 배 대표는 “유죄, 무죄 판단과 상관없이 피해자를 향한 손가락질과 비난, 성적 대상화는 계속됐다”면서 “‘수행비서가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간음당하면서 도망가지 않았다’는 등 피해자를 탓하는 국민 인식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짚었다.

배 대표를 포함한 안희정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앞으로 사건 관련 백서를 만들고 토론회를 여는 등 활동을 이어 갈 예정이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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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2019-09-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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