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던 日식민지 상처… 이젠 가슴 벅찬 광복의 의미 느껴요”

“몰랐던 日식민지 상처… 이젠 가슴 벅찬 광복의 의미 느껴요”

김태균 기자
입력 2019-08-14 22:06
수정 2019-08-15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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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 일제 식민지 역사 탐방 주도하는 日대학생 미야자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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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을 방문해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왼쪽 세 번째) 할머니와 만나 얘기를 들은 뒤 기념촬영을 한 미야자키 히나코(네 번째) 등 ‘민카이’ 회원들. 미야자키 히나코 제공
지난 5월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을 방문해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왼쪽 세 번째) 할머니와 만나 얘기를 들은 뒤 기념촬영을 한 미야자키 히나코(네 번째) 등 ‘민카이’ 회원들.
미야자키 히나코 제공
“한국에 있는 일본 식민지배의 상처를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느껴보려고만 했을 뿐인데도 너무나 많은 한국 분들이 고마움을 표시해 주셨어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그걸 보면서 한국인들이 저희 일본인들에게 어떤 것을 바라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일본 대학생 미야자키 히나코(23)에게 올 8월 15일은 여느 해의 그날보다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일본에서 기념하는 ‘종전일’을 넘어서 한국인들에게 ‘광복절’로서 8·15가 갖는 의미를 피부로 직접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와세다대 문화구상학부에서 문예·저널리즘을 전공하고 있는 미야자키는 서울대 교환학생으로 와 있던 올 초 한국 내 식민역사 현장 탐방 모임인 ‘민카이’를 조직했다. 민카이라는 이름은 ‘모두 함께 가보자’라는 뜻의 일본어 문장 ‘민나데잇테미요’에서 따온 것이다.

민카이는 일본 식민지 역사의 상흔이 고스란히 간직돼 있는 곳들을 직접 찾아가 둘러본 뒤 그로 인해 얻은 생각이나 느낌을 공유하는 한일 젊은이들의 모임이다. 전체 회원은 27명으로 상당수는 미야자키가 자신의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뜻을 같이 하자고 부른 사람들이다. 절반인 14명이 일본인이다. 미야자키는 교환학생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에도 모임 창립자로서 후배들과 함께 활동을 이끌고 있다.

민카이를 만든 계기는 올 3·1절 100주년이었다. “서울 광화문에서 한국의 언니들과 만나 태극기와 한반도기를 흔들었는데, 저와 달리 옆에 있던 다른 일본인 친구는 ‘이런 분위기가 무섭다’고 말하는 거예요. 그때 비로소 알게 됐죠. 과거 식민지배의 역사를 모르니까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그렇다 보니 과거에 대해 알기를 더욱 꺼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미야자키는 일본인 혼자서는 선뜻 직접 가볼 엄두를 내기 어려운 장소에 여럿이 함께 손잡고 가보기로 했다. 현장을 봐야 비로소 의미 있는 사고가 가능하다는 생각에서였다. 특히 역사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쉽게 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칫 민감해질 수 있는 토론의 형식은 배제했다.

현장 탐방은 그동안 서대문형무소를 시작으로 일제 강점기 역사 관련 물품을 소장하고 있는 식민지역사박물관, 위안부 피해자들의 보금자리인 나눔의집,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가 안치돼 있는 경기 파주시의 서울시립묘지 등에서 차례로 이뤄졌다. 탐방이 진행되고 이를 사진 등으로 알리는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연락을 해 오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앞으로는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위안부 문제 수요집회 등에도 가볼 예정이다.

미야자키는 2015년 대학에 입학한 후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우게 되면서 한국의 문화, 역사 등에 푹 빠져들게 됐다. “사실 고등학교 때 장근석이나 씨엔블루 같은 연예인들 때문에 한국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한국에 대해 별로 좋은 인식은 없었어요. 그저 ‘일본을 싫어하는 나라’ 정도로 알고 있었죠.”

미야자키는 한국의 식민역사에 대한 일본인들의 이해를 넓히기 위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활동들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했다. “교수님 등 학자들의 발표 중심으로 이뤄지는 학술행사 같은 것은 너무 어려워서 쉽게 다가가기가 힘듭니다.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그런 자리가 흥미롭거나 즐거울 리가 전혀 없죠. 쉽고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역사 커뮤니티 같은 것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미야자키는 5·18광주민주화운동 39주기였던 올 5월 18일에는 광주 망월동 민주묘지에도 참배를 하고 왔다. 그는 “한국에는 아픈 현대사를 후대에 증언해줄 분들이 많으셔서 다행”이라면서 “일본에는 과거 전쟁의 참화를 우리에게 말씀해주실 어르신들이 자꾸 세상을 떠나고 계셔서 안타깝다”고 했다.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은 절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한국에 대한 반감이 거의 종교적인 수준인 사람들이 일본에 많지는 않아도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죠. 그런 사람들에게 가감 없이 사실을 담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제가 뭘 할 수 있는지 계속 고민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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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2019-08-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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