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조작에 간첩 몰린 유우성씨...과거사위 “검찰총장 사과하라”

증거조작에 간첩 몰린 유우성씨...과거사위 “검찰총장 사과하라”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9-02-08 11:43
수정 2019-02-0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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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씨...재판에서 무죄 판결

증거조작으로 국정원 직원 기소..검찰, 유씨 ‘보복 기소’

경제 기반 취약한 탈북민 진술 검증할 추가 장치 필요
검찰총장 사과하라
검찰총장 사과하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8일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정원의 증거 조작에도 검찰이 검증을 소홀히 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이어 검찰총장은 억울하게 간첩 누명을 쓴 유우성씨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것을 권고했다.
“검찰총장은 사과하라.”

국가정보원의 증거 조작 등에 휘말려 억울하게 간첩으로 내몰린 화교 출신 탈북민 유우성(39)씨에 대한 검찰의 진상조사 결과는 참담했다. 검찰은 국정원이 제출한 조작된 증거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무리하게 유씨를 기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증거 조작 혐의로 국정원 직원 등이 기소되자 유씨에 대해 ‘보복성 기소’를 하는 등 검찰권을 남용한 사실도 파악됐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8일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유씨와 유씨 동생에 대해 검찰총장이 사과를 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유씨는 2006년부터 밀입북을 반복하며 탈북자 신원정보 파일을 동생 유가려씨를 통해 세 차례에 걸쳐 북한 보위부에 넘겼다는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2013년 구속기소됐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의 협박·가혹 행위 등 인권침해, 증거조작·은폐 의혹이 제기돼 유씨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14년 항소심 공판 중 검찰 측 증거가 모두 위조된 것이라는 중국 주한 영사부의 회신 내용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검찰이 자체 진상수사팀을 꾸렸지만 증거 조작에 가담한 국정원 직원, 국정원 협조자 등만 기소되고, 담당 검사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진상조사단의 조사를 통해 당시 유가려씨에 대한 국정원의 가혹 행위는 실제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가려씨의 진술은 일관성을 갖추는데 반해, 국정원 조사관들은 법정 진술을 담합하고 사실관계를 왜곡해 위증을 했다는 게 과거사위의 판단이다. 유가려씨가 사실상 피의자 신분이었는데도 변호인 조력을 못받도록 검사가 일부러 입건을 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과거사위는 유우성씨에 대한 유리한 증거가 은폐되거나 뒤늦게 법정에 제출된 배경에도 국정원의 의도적 은폐 행위가 있었다고 의심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기록을 꼼꼼히 검토했다면 증거 누락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검사에 대해 ‘공익의 대표자로서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해야 할 의무’를 방기했다고 꼬집었다.

국정원이 제시한 유씨의 북한-중국 국경 출입기록(영사확인서)이 허위라는 것을 검찰이 알면서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을 가능성도 베재할 수 없다고 과거사위는 판단했다. 검사가 단순히 부주의하거나 검증을 소홀히 한 데 그치지 않고, 국정원의 증거 조작 사실을 묵인했을 수 있다는 의심을 내비친 것이다.

과거사위는 또 대다수 탈북민의 경제적 기반이 취약해 금전적 유혹이 쉽게 회유될 가능성이 크고, 탈북민 지위 특성상 국정원과 단절되기 어려운 사정을 고려했다면 탈북민 진술의 신빙성에 대해서도 검사가 제대로 검증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탈북민의 진술 증거에 대해서는 진술인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의무화하는 등 추가 검증 절차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당시 유씨 사건에 대해 허위 또는 불리한 증언을 한 탈북민들은 법무부로부터 수 백만원에서 수 천 만원의 국가보안유공자 상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유우성씨 관련 증거 위조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진상수사팀(진상조사팀에서 확대)과 관련해서도 국정원 측에 대해선 강제수사를 하면서도 정작 담당 검사는 임의수사에 그친 점을 문제삼았다. “검사들이 국정원의 증거 조작 사실을 몰랐고 오히려 속았다”고 판단한 뒤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벌이지 않으면서 검사의 책임을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이밖에 검찰이 당시 증거 조작에 가담한 국정원 직원들이 기소된 직후, 유씨가 2010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다시 추가 기소한 것은 사실상 피해자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고 봤다.

과거사위는 “잘못된 검찰권 행사로 억울하게 간첩 누명을 쓰고 장시간 고통을 겪은 이 사건 피해자에게 검찰총장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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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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