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줏대감’ 없는 1372번째 수요집회…위안부 피해자의 외침은 계속된다

‘터줏대감’ 없는 1372번째 수요집회…위안부 피해자의 외침은 계속된다

김지예 기자
김지예 기자
입력 2019-01-30 22:36
수정 2019-01-3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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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한켠 김복동 할머니 영정사진
참가자 500여명 “해방 우리 손으로”
“나머지는 맡겨 주세요” 눈물의 입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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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제1372차 정기 수요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잊지 않겠다’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년 넘게 수요집회 한켠을 지켰던 김 할머니는 지난 28일 별세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3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제1372차 정기 수요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잊지 않겠다’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년 넘게 수요집회 한켠을 지켰던 김 할머니는 지난 28일 별세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김복동 할머니는 아직 해방이 오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해방의 날을 우리 손으로 꼭 만들겠습니다.”

3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제1372차 정기 수요시위’ 현장에는 터줏대감이 보이지 않았다. 지난 28일 별세한 김복동 할머니였다. 20년 넘게 집회 한켠을 지켰던 김 할머니 대신 영정 사진이 놓였다. 참가자들은 사진 앞에 꽃을 놓으며 할머니를 추모했다.

김 할머니와 이모 할머니가 같은 날 별세한 뒤 처음 열린 이날 수요시위에는 평소보다 많은 500여명(경찰 추산)의 시민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슬픔 속에서도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한마음으로 외쳤다. 이어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잊지 않겠습니다’, ‘살아 있는 역사 앞에 일본은 사죄하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할머니들을 위해 묵념했다. 하늘을 향해 “김복동 할머니 사랑합니다”,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는 구호도 외쳤다.

덕성여대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 동아리 ‘메모리아’의 민은서 회장은 “김 할머니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전쟁 없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늘 당부하셨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김 할머니를 ‘세계에 희망을 전한 분’으로 기억했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은 “김 할머니는 전 세계를 날아다니며 전시 성폭력을 고발한 나비였다”면서 “이제 우리가 나비가 돼 성폭력 피해 여성들에게 의지를 심어 준 할머니의 뜻을 잇겠다”고 말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이송림 학생은 “할머니의 발언이 ‘미투’ 운동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는 큰 기적이 될 것이고, 이것을 위해 우리 세대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의기억연대는 이날 성명에서 “정부가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발표했지만 실질적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고, 그사이 4명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며 “시간이 남아 있지 않은 만큼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3시쯤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 입관식에는 이용수 할머니,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 등 40여명이 함께했다. 이 할머니는 입관식에서 “하늘나라 가서 할머니들에게 전해요. 내가 이겼다고. 나머지는 용수가 한다고 전해”라며 김 할머니의 시신을 만지며 오열했다. 이를 지켜보던 참관인들도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윤 대표도 “애 많이 쓰셨어요. 남은 것은 우리에게 다 맡겨 주세요”라고 말했다. 참관인들은 붉은 장미꽃을 관 안에 헌화하고 두 차례 큰절과 한 차례 반절하며 김 할머니와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2019-01-3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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