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동 할머니 별세…마지막 소원 ‘아베 사과’ 못 받고…

김복동 할머니 별세…마지막 소원 ‘아베 사과’ 못 받고…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19-01-29 00:03
수정 2019-01-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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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 생존자 이제 23명

소녀와 소녀
소녀와 소녀 2014년 4월 경기 성남 중원구 여수동 성남시청 광장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소녀상을 만져보고 있다. 김 할머니는 29일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2019.1.29
연합뉴스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28일 별세했다. 향년 93세.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인권운동가 김복동 할머니께서 이날 오후 10시 41분 운명하셨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위안부 피해자인 이모 할머니가 별세한 데 이어 김 할머니까지 세상을 떠나면서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이제 23명으로 줄었다.

정의기억연대에 따르면 경남 양산에서 태어난 김 할머니는 1940년 14세의 나이에 일본국 위안부로 끌려갔다.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일본군 침략경로로 끌려다니며 성노예로 고통받았다.

위안부로 끌려간 지 8년째인 22세에 고향에 돌아왔다. 1992년 3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공개하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유엔인권이사회,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매년 수차례 해외 캠페인을 다니며 전시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활동에 매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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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추진한다고 공식 발표한 21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는 병상에 누운 채로 “아베는 사죄하고 배상하라”고 외쳤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 페이스북 캡처
정부가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추진한다고 공식 발표한 21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는 병상에 누운 채로 “아베는 사죄하고 배상하라”고 외쳤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 페이스북 캡처
2012년 전시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나비기금을 설립하고 전쟁, 무력 분쟁지역의 어린이를 위한 장학금으로 5000만원을 기부했다.

정부는 평화와 인권을 위한 할머니의 노력을 인정하는 뜻으로 2015년 대한민국 인권상 국민훈장을 수여했다.

김 할머니는 2017년 사후 모든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장학재단 ‘김복동의 희망’을 만들고 일본 정부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한 재일동포 학생들을 도왔다.

할머니는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한 최근까지도 재인조선학교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쓰라며 3000만원을 내놓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집회의 상징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중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병문안 하고 있다. 2018.1.4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중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병문안 하고 있다. 2018.1.4
청와대 제공
할머니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 한일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의견을 배제한 채 맺은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세워진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을 촉구하는 1인 시위도 벌였다.

김 할머니의 생전 마지막 소원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는 것이었다.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 법원의 강제동원 판결, 화해치유재단 해산, 일본 초계기 위협비행 등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아베 총리는 이날 일본 국회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의도적으로 외면했다.

김 할머니 빈소는 연세대세브란스병원장례식장 특1호실이다. 장례는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시민장으로 치러진다. 시민들의 조문은 29일 오전 11시부터 받을 예정이다. 발인은 다음달 1일이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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