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선거] “투표해야 정치인이 무시못해”…끊이지 않는 투표행렬

[6·13 선거] “투표해야 정치인이 무시못해”…끊이지 않는 투표행렬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6-13 13:03
수정 2018-06-13 17:0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서울 투표소 표정…지팡이 짚은 80대부터 대학생·취준생까지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투표일인 13일 서울 시내 투표소에는 아침 일찍부터 오후 늦게까지 소신을 담은 한 표를 행사하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자식의 부축을 받고 힘겹게 계단을 오르면서도 설레는 표정을 숨기지 못한 여든 살 넘은 할머니부터 ‘2030’ 젊은 유권자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부지런한 시민들은 일찌감치 투표소를 찾았다.

종로구 종로 1∼4가동 제1투표소인 교동초등학교에서는 이제 막 잠에서 깬 듯 부스스한 머리에 모자를 푹 눌러쓴 채 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온 사람은 물론 가족 단위로 ‘하하 호호’ 웃으며 투표장을 찾아온 사람들까지 다양한 모습이었다.

아직도 졸린 표정의 직장인 김모(37)씨는 “오늘 쉬는 날이라고 어젯밤 친구들과 오랜만에 놀았더니 아직도 피곤하다”며 “종일 늘어질 계획인데 눈을 뜬 김에 투표를 하러 왔고 다시 침대로 직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부모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대학생 이새롬(24)씨는 초등학교 입구에서 다 같이 찍은 인증샷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이씨는 “아직 기말고사 기간이라서 학교에 공부하러 가야 한다”며 울상을 짓기도 했다.

같은 노인정에서 왔다는 할머니, 할아버지 무리도 있었다. 먼저 투표를 마치고 밖에서 기다리던 한 할머니가 “○번 뽑아야 해”라고 외치자, 다른 할아버지는 “내 마음대로 할 거야”라고 답하며 웃었다.

종로구 효제초등학교(종로 5·6가 제 1·2투표소)에서 만난 김옥순(89) 할머니는 흰 면장갑을 낀 손으로 지팡이를 짚어 가며 투표소까지 걸어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몇 칸 되지 않는 계단을 조심조심 밟아 가며 투표소를 빠져나온 김 할머니는 “큰아들이 1950년생인데 셋째까지 모두 이 학교(효제초)를 나왔다. 매번 여기에 와서 투표하고 있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취업을 준비한다는 김모(28)씨는 오전 8시 30분께 운동복 차림에 안전 헬멧을 쓰고 자전거를 타고 투표소를 찾았다. 김 씨는 “취업준비에 바빠서 특별히 기대하는 공약이나 관심을 두는 후보는 없지만, 투표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 같아 운동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들렀다”고 말했다.

관악구 인헌중학교에 마련된 인헌제3투표소에서도 일찍부터 투표 행렬이 이어졌다.

직장인 이모(30·여)씨는 “출근하기 전 투표를 하러 왔다”며 “회사라는 핑계 때문에 오늘 투표하지 않으면 앞으로 5년간 후회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특히 이번 투표에 국민이 ‘무관심’하다는 뉴스를 보고 투표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해졌다”며 “누구를 뽑더라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정치인들이 지역 주민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6살 아들, 남편과 함께 투표하러 온 박모(36)씨는 “남편이 쉬는 날이라 아침 일찍 투표한 뒤 나들이를 갈 계획”이라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는 중요하다. 교육 차원에서 아이도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박씨는 손등에 투표도장을 찍어 인증샷을 남기고, 아이와 함께 투표소 입구에서도 사진을 찍었다.

투표소 앞에서 ‘인증샷’을 촬영하는 다른 주민들도 많았다. 휴대전화로 셀카를 찍은 한 여성은 “친구들이랑 서로 인증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강남에서도 투표 열기가 이어졌다. 삼성1동 제2투표소인 봉은중학교에는 부부끼리 방문한 중·장년층 유권자가 가장 많았고, 노년층이나 20∼30대 청년층 투표율도 상당해 보였다.

아내와 함께 투표하고 교회에 간다는 박모(62)씨는 “지역에 대한 관심이 가장 진정성 있어 보인 후보에게 투표했다”면서 “시장이나 교육감은 썩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더라”라고 말했다.

딸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정모(47·여)씨는 “지난 대선에 이어 두 번째로 딸과 함께 투표하러 왔다”면서 “투표는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 아니겠냐”며 웃었다.

조깅을 마치고 운동복 차림으로 온 김모(34)씨는 “공보물을 나름대로 읽어봤는데 크게 와 닿는 내용은 없었지만, 소신껏 투표했다”고 말했다.

선거 당일인 이날은 8∼9일 치러진 사전투표와 달리 지정된 집 근처 투표소에서만 투표가 가능했으나, 이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던 시민도 많았다.

삼성1동 제3투표소 관계자는 “인근 직장인이나, 삼성2동 등 옆 동네 주민들이 잘못 오시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헛걸음하신 분이 오전에만 족히 50명은 됐다”며 난감해 했다.

삼성동으로 출근했다는 조모(34)씨는 “아무 데서나 투표할 수 있는 줄 알고 직장 근처에서 투표할 생각으로 출근했다”면서 “퇴근하고 집 근처에서 해야겠다”며 겸연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번 선거에서 총 10만6천205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외국인 유권자들의 모습은 서울 시내에서는 보기 어려웠다.

서울시의 외국인 유권자는 3만7천923명에 이르지만, 용산구 이태원동과 중구 광희동 등 외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도 투표소를 찾은 이방인은 드물었다.

이태원2동 제3투표소 관계자는 “우리 투표소에는 20명 남짓한 외국인이 유권자로 등록돼있다”며 “사전투표 때 투표를 마쳤는지 선거 개시 시점부터 자리를 지켰는데도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후 4시 현재 투표율은 53.2%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같은 시각 투표율 49.1%보다 4.1%포인트 높은 것이다. 이 흐름을 투표 종료까지 유지하면 최종 투표율은 60%를 넘어설 수 있을 전망이다.

연합뉴스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