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냐 진화냐…불붙은 소방 논쟁

대피냐 진화냐…불붙은 소방 논쟁

이혜리 기자
입력 2018-01-31 22:46
수정 2018-01-31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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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독면, 질식사 막아줄 대안”…“스프링클러 등 소화가 먼저”

최근 잇따른 화재로 사망자가 속출한 가운데 소방 대책의 우선순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피’에 초점을 두느냐, ‘진화’에 초점을 두느냐를 놓고 대책의 방향이 두 갈래로 갈린 것이다. 쟁점을 구체화하면 방독면 보급이냐 스프링클러 확충이냐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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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방독면 보급이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측은 화재가 발생했다 하면 화염이 아니라 주로 유독가스 흡입으로 질식해 숨지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이유를 들고 있다.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사망한 39명도 대부분 질식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는 지난 29일 요양병원 등 다중이용시설에 7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한 곳당 방독면을 20개씩 보급하기로 했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2일 화재와 화생방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전 국민 방독면 보급법’을 대표발의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방독면 단가를 3만 8000원으로 책정 시 전 국민에게 방독면을 보급하는 데 1조 8796억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조 의원은 “방독면을 개인이 휴대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공공시설에 방독면 비치를 의무화하는 법안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방독면은 필터의 차이에 따라 화재용과 화생방으로 나뉘며 겸용도 있다. 화재용 방독면은 화재 시 발생하는 유독가스를, 화생방은 각종 생화학 가스를 걸러낸다. 조달청 나라장터 기준으로 겸용 방독면은 5만 3700원 선이다. 지하철 역에도 화재를 대비해 방독면이 비치돼 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가 계기가 됐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지난해 화재 사망자 70%가 질식사했기 때문에 다중이용시설에 방독면을 비치하고 관련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피난 거리가 긴 대형건물들에 화재가 발생하면 질식 가능성이 커 방독면 비치가 필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스프링클러 설치와 소화기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측은 ‘방독면 무용론’을 제기한다. 화재가 나 위급한 상황에서 방독면을 찾다가 생존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방독면 대부분 열에 녹거나 불에 탈 수 있기 때문에 방독면을 썼다가 오히려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 시 방독면 찾느라 시간을 허비할 수 있고 잘못 착용하면 더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바로 대피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면서 “방독면 필터를 2~5년마다 교체하는 데 드는 예산도 어마어마할 것”이라 말했다. 김유식 한국국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재 지하철역에 비치된 방독면은 여러 단계를 거쳐 착용해야 해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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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2018-02-0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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