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예산 20억 직권남용 수사대상”…영장 재청구 수순 관측
검찰이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전병헌(59)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향해 다시 칼을 빼 들었다.27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전 전 수석이 정무수석이었던 지난 7월 기획재정부에 압력을 가해 한국e스포츠협회에 예산 20억원을 배정했다는 혐의(직권남용)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지난 7월 e스포츠협회가 정부 지원금을 타내고자 기획재정부에 예산 편성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전 전 수석이 기재부 고위 간부에게 직접 전화해 예산 20억원 배정을 성사시킨 과정에서 위법이 있었는지가 수사 대상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예산 20억원 관련 부분을 수사 대상으로 놓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전 전 수석에 대한 수사로 보면 된다. 책임 범위나 사안 전개 과정을 세밀히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전 전 수석의 이 같은 ‘예산압력’ 의혹은 앞서 기각된 구속영장에는 포함되지 않은 혐의 사실이다.
검찰 최근 전 전 수석의 전화를 직접 받은 기재부 예산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으며 “전화를 받고 압력을 느껴 무리하게 e스포츠협회에 배당될 예산을 증액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조만간 전 전 수석을 다시 소환해 어떤 경위로 기재부 측에 전화를 걸었는지 등을 캐묻기로 했다.
아울러 그의 옛 보좌진이 벌인 협회자금 횡령 사건에 그 역시 연루됐는지, 롯데홈쇼핑 외의 다른 기업체로부터 의심스러운 후원금을 받은 정황은 없는지 등을 함께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사 결과에 따라 전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 전 수석은 자신이 ‘사유화’한 의혹을 받는 e스포츠협회를 통해 롯데홈쇼핑으로부터 3억여원의 뇌물을 수수하는 등 금품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영장이 청구됐으나 25일 기각됐다.
한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전 전 수석의 예산압력 의혹에 대해 “자세히는 못 들었지만 (외부의) 얘기를 듣고 안될 것을 해준다든지 해줄 것은 안 한다든지 그럴 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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