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강조한 경찰의 날 기념식…내용·형식 ‘파격’

‘촛불집회’ 강조한 경찰의 날 기념식…내용·형식 ‘파격’

입력 2017-10-20 16:26
수정 2017-10-2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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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국민주권·인권 지향 반영…국민 지지 호소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제72주년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제72주년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일 처음 열린 경찰의 날 기념식은 국민 주권과 인권을 중요 가치로 삼는 현 정부 기조를 충실히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이 과거 정부 시절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모습을 지향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시도는 경찰청장 인사말에서부터 발견된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작년 경찰의 날 경찰청장 기념식 인사말은 “존경하는 대통령님,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언제나 경찰을 아껴주시는 국민 여러분”으로 시작했다. 경찰이 국민을 대통령보다 후순위 존재로 본다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 인사말에서는 “경찰을 아끼시고 사랑해주시는 국민 여러분, 자리를 함께해 주신 존경하는 대통령님과 내외 귀빈 여러분”으로 표현됐다. 국민을 대통령보다 먼저 배치하는 쪽으로 순서가 바뀐 것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기념식 최종 리허설을 점검하러 가는 길에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에 들러 헌화와 참배를 했다. 이 청장의 분향소 방문은 예정에 없던 일로 알려졌다.

경찰청이 제작한 영상에는 한 경찰관이 초임 시절 시민들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으면서 얻은 힘으로 평생 경찰 생활을 할 수 있었다는 내용과 함께 경찰이 국민 지지를 기대한다는 메시지가 포함됐다.

기념식은 현 정부를 탄생시킨 평화적 촛불집회 의미도 담았다. 집회·시위를 주로 ‘진압’하는 주체로 인식됐던 경찰이 공식 행사에서 특정 집회를 긍정적 맥락으로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다.

경찰청 영상에는 한 경찰관이 초임 시절 시위진압에 나섰다가 ‘경찰이 무엇인지, 진정 사람을 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장면에 이어 지난해 촛불집회 참가자가 경찰에게 꽃을 건네고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이 등장했다.

이철성 청장도 인사말에서 “지난겨울,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속에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염원하며 촛불의 열기가 뜨거웠던 이곳 광화문 광장에서 경찰의 날을 기념하게 돼 참으로 뜻깊게 생각한다”며 촛불집회를 직접 언급했다.

이날 기념식은 형식 파격도 눈에 띄었다.

경찰의 날 기념식 사상 처음으로 경찰특공대가 건물 레펠(하강) 등 각종 대테러 진압시범을 선보였고, 경찰 헬리콥터까지 광화문 상공에 등장해 극적 효과를 높였다. 개그맨이 인질범을 맡아 ‘카메오’로 출연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과거 인기 TV 드라마 ‘수사반장’ 주인공으로 명예경찰(총경)인 배우 최불암이 당시 극중에서 입던 트렌치코트를 입고 나와 경찰을 격려하는 등 과거 기념식과 비교해 매우 부드럽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다만 최근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부실 초동대응으로 질타를 받았고, 최근 전 서울경찰청장이 비리 혐의로 구속 위기에 처하는 등 부정적 사안이 잇따른 터라 ‘생일’을 맞은 경찰 분위기가 마냥 밝지는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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