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MB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 82명 상대 피해조사 시작한다

검찰, ‘MB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 82명 상대 피해조사 시작한다

입력 2017-09-14 11:31
수정 2017-09-1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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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피해사례 진술받아 경위 파악…수사팀도 증원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퇴출 압박을 가했다는 정황이 공개됨에 따라 검찰이 피해자들을 상대로 조사에 나선다.

14일 검찰에 따르면 국정원의 사이버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전담 수사팀은 국정원의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의뢰에 따라 일부 피해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원은 원세훈 전 원장 재임 초기인 2009년 7월 김주성 당시 기획조정실장의 주도로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해 정부 비판 성향의 연예인이 특정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도록 압박했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문화예술계 인사는 82명에 달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방송 등에서 비판적인 견해를 내비친 적 있는 연예인들과 참여정부 시절 민주노동당 지지를 선언했던 영화감독 등이 대부분 압박 대상으로 등재됐다.

검찰은 82명 가운데 실질적으로 피해를 당한 정황이 있는 주요 피해자들을 일부 불러 구체적인 사실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범행에 가담한 국정원 간부 등의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파헤치는 형태로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자신이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서 퇴출 통보를 받은 방송인 김미화씨, 라디오 프로그램 ‘이외수의 언중유쾌’가 1년 만에 폐지되는 경험을 한 작가 이외수씨 등이 대표적인 피해사례로 꼽힌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독설을 자주 내놓았던 진중권 교수도 2009년 홍익대에서 진행하던 강의가 이유 없이 폐강되고 강연이 돌연 취소되는 일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수 윤도현씨와 방송인 김제동씨의 경우 국정원이 의도한 대로 소속사가 세무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검찰이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배우 문성근씨는 정부와 이명박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혀 고소인 신분으로 조사에 응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까지 수사 대상이 확대되는 데 대비해 전담 수사팀 인원을 늘리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중앙지검은 2차장 산하 공공형사수사부(김성훈 부장검사), 공안2부(진재선 부장검사)를 중심으로 타 검찰청 파견검사를 포함해 13명의 검사로 전담 수사팀을 운영하고 있다.

최소 2∼3명의 검사가 증원돼 15명 이상으로 몸집을 불릴 것으로 관측된다.

수사팀은 당면 과제인 온라인 여론조작 의혹에 관한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에는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과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의 노모 전 기획실장 등이 잇따라 소환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국정원으로부터 넘겨받은 민간인 댓글부대 금전 지원 영수증 분석과 계좌추적 등을 통해 국정원이 민간인을 동원한 여론조작에 약 60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2차로 수사 의뢰한 추가 수사 대상자까지 포함하면 이 액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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