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10m까지 파보지만…용산기지 ‘옹벽’에 막힌 오염조사

지하 10m까지 파보지만…용산기지 ‘옹벽’에 막힌 오염조사

입력 2017-08-09 16:37
수정 2017-08-0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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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용산 미군기지 6곳 인근서 토양·지하수 오염도 조사

9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의 미군기지 ‘메인 포스트’ 앞.

토양 채취를 위한 거대한 기계 차가 미군기지를 둘러싼 시멘트벽 앞에 딱 붙어서 있었다.

기계 차에 부착된 길쭉한 철제관은 지하 10m까지 뚫고 내려갈 수 있다. 작업자들은 1m 지점마다 관을 끌어올려 채취한 토양을 분류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2m, 3m, 4m로 채취 지점을 표시한 관이 쌓여갔다.

서울시가 이달 7일부터 6개 미군기지 주변의 토양·지하수 오염도를 직접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날 토양을 채취한 메인 포스트를 비롯해 수송단, 정보대, 니블로베럭(미군가족 임대주택), 8군 휴양소, 캠프 모스가 조사 대상이다.

앞서 서울시는 오염 지하수가 발견된 녹사평역과 캠프킴 인근 토양·지하수의 오염도를 매년 조사해왔다. 지난해 녹사평역 인근 지하수에선 발암물질인 벤젠이 허용기준치의 최고 587배까지 검출됐다.

오염이 직접 확인되지 않은 기지 인근까지 조사 대상을 확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가 적극 토양 조사에 나선 것은 최근 용산미군기지 내 8군 사령부가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하기 시작했고, 나머지 주요 부대도 올해 말까지 옮겨가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하지만 미군기지 내부 오염원을 어떻게 정화해야 할지, 비용은 누가 분담해야 하는지 계획을 세워야 하는 상황에서 오염도는 물론 부지 현황도 명확히 파악된 것이 없다.

서울시는 녹사평역 지하 터널에서 오염 하수가 발견된 2001년 이후 62억원을 투입해 지하수 정화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군기지 안의 오염원을 그대로 둔 채 기지 주변만 정화하고 있어 지금도 기준치를 초과하는 오염 물질이 검출되고 있다.

김상동 서울시 토양지하수 팀장은 “미군기지 주변 오염도라도 제대로 조사해 놓아야 환경부·국방부가 미군과 기지 반환 협상을 할 때 그 결과를 근거로 오염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기지 내부를 조사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간접적으로라도 주변 지점을 조사하는 것”이라며 아쉬운 표정으로 시멘트벽 너머 미군 기지를 바라봤다.

토양오염조사 전문기관인 한국환경수도연구원이 채취한 토양은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분석한다. 분석 결과는 한 달 뒤쯤 나온다.

서울시는 기준치를 넘는 오염 물질이 확인될 경우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부속서 규정에 따라 한·미 공동조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작업자들이 토양을 채취하는 현장에는 ‘용산 미군기지 되찾기 주민모임’ 소속 시민들이 나와 피켓 시위를 벌였다. 피켓에는 “주한미군은 기지 내부 오염조사에 즉각 협조하라”고 쓰여 있었다.

30cm 정도 두께의 시멘트벽이 토양 채취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시끄럽고 분주한 미군기지 바깥쪽과 고요한 안쪽을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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