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금품 제공 뿐 아니라 특혜 준 사실도 인정
김영재 원장 부부가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두 사람에게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재판에 향후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김태업 부장판사)는 18일 김 원장과 아내 박채윤씨의 선고 공판에서 “두 사람이 특혜를 바라고 안 전 수석에게 지속적으로 금품과 이익을 제공해왔다”면서 뇌물공여죄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특혜를 바라고 금품을 건넸을 뿐 아니라 실제 특혜를 받았다고 판단했다. 선고 공판에서 “김 원장 부부가 안 전 수석을 통해 사업에 필요한 기회와 혜택을 받았다”고 명시한 것이다.
이 때문에 특검은 김 원장 부부 사건에서 나온 재판부의 판단을 근거로 안 전 수석에게 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용시술을 무료로 받았으나 대가성은 없었다’는 안 전 수석의 논리를 깰 방편으로 이번 판결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재판부는 김 원장 부부가 운영한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이 외국 진출을 위해서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거나 현지 유력인사 또는 대형 병원과 독점적으로 접촉한 부분을 특혜로 인정했다.
박씨가 운영하던 업체의 화장품이 청와대 설 선물세트에 이례적으로 포함되거나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김장수 주중대사를 만나고,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연구과제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지원금 2억9천여만원을 받은 부분도 특혜로 인정됐다.
그러나 안 전 수석이 무죄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뇌물을 건넨 사람과 받은 사람은 유·무죄 판단이 서로 일치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공여자만 유죄 판결을 받는 사례도 나온다.
박씨가 금품을 건넨 김진수 전 보건복지비서관도 이 같은 상황에 해당한다.
박씨는 현금과 양주 등 김 전 비서관에게 1억여원을 건넨 혐의를 유죄로 인정받았으나 김 전 비서관은 아내가 선물로 오인하고 받았던 명품 가방 등을 모두 돌려준 것으로 인정돼 사법처리를 면했다.
안 전 수석도 금품 일부를 아내를 통해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안 전 수석은 배우자가 현금을 받은 것을 믿기 어려웠고 알지도 못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이에 따라 특검은 김 원장 부부가 금품을 건넨 사실뿐 아니라 안 전 수석이 금품이 오간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밝혀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사실관계를 둘러싼 혐의라도 재판부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는 점 또한 변수다. 각 재판부의 독립적 판단을 원칙으로 하는 법원은 똑같은 사안도 재판부에 따라 결과가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고법을 거쳐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받게 된다.
통상 뇌물을 건넨 사람과 받은 사람은 같은 재판부에서 판단할 때가 많지만, 안 전 수석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에 연루돼 지난해 11월 먼저 재판에 넘겨져 앞선 사건을 심리하던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에서 재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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