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공포에 정치권 공약 ‘봇물’…실효성은 ‘글쎄’

4차 산업혁명 공포에 정치권 공약 ‘봇물’…실효성은 ‘글쎄’

입력 2017-04-28 10:05
수정 2017-04-2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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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계 “녹색성장·창조경제와 다를 게 뭐냐” 지적도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미래사회의 변화를 앞두고 주요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과학기술 정책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과학기술계 정부출연 연구기관(이하 출연연) 연구자들은 정부의 과학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방침을 반기면서도 앞선 정부의 정책들과 다른 점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주요 정당 대선 후보들은 지난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정부조직 개편과 인재 양성, 규제 개혁 등의 내용을 담은 공약집을 제출했다.

4차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으로 대변되는 정보와 기술이 융합된 지능정보기술이 몰고 올 미래의 산업구조를 뜻한다.

산업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삶의 질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함에 따라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설치하고 민관 협업체계를 구축,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정부조직을 중심으로 전기차, 사물인터넷망 등 주요 인프라를 구축하고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는 등 ‘21세기형 뉴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반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4차 산업혁명은 융합적이어서 예측이 어려운 만큼 정부가 이끄는 것이 불가능하며, 인재 양성과 생태계 기반 구축 등을 통해 민간이 주도하도록 돕겠다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대통령 직속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미래전략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정의당 심상정 후보 역시 대통령 직속 4차 산업 위원회를 신설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정부와 산·학·연간 협업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벤처·창업 활성화 차원에서 혁신안전망을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특히 국내 과학기술의 메카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있는 대전을 4차 산업혁명의 메카로 만들겠다며 정당별 맞춤형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전을 4차 산업혁명 특별시로 육성하기 위해 미래 융복합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으며, 국민의당 역시 옛 충남도청 용지를 4차 산업 특별시청으로 조성하는 등 대전을 4차 산업혁명 특별시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이전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이나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차별화된 정책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당별 과학기술 분야 공약을 살펴보면 기초과학 연구 확대(민주당·국민의당), 중소벤처기업부(민주당)·창업중소기업부(국민의당) 신설을 통한 중소기업 지원, 창업 지원(민주당·국민의당) 등을 제시한다.

이전 정부에서 강조해왔던 창업 활성화 정책과 기초과학 연구 지원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최근 ‘제19대 대통령선거 정당별 과학정책 보고서’를 내놓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연구팀도 “후보들이 대부분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중요하게 여기고 있지만, 정작 4차 산업혁명이 어떤 위기와 기회를 가져올 지에 대한 진단이나 철학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대부분의 후보들이 일자리 문제 해소를 상위 목표로 두고 4차 산업혁명이나 과학기술을 하위 정책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21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 구성된 출연연 연구발전협의회 총연합회 소속 홍정유 정책연구소장도 지난 26일 대전에서 열린 ‘과학기술정책 일대일 심층 검증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모두 과학기술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도구로 보고 있다”며 “이런 인식으로는 연구자들이 장기적인 원천 연구보다는 단기적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연구 개발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이어 “모든 과학기술 발전이 일자리 창출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며 “출연연 고유 임무와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산업화 시대에는 국가가 과학기술을 지원하는 데 성장·효율 등 경제적인 이유가 중요했지만, 삶의 질과 안전·환경 등이 중요해진 현재는 경제성장을 넘어 사회문제를 해결할 과학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목소리이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일본은 로봇, 독일은 제조업, 미국은 실리콘밸리 등 4차 산업혁명에서 저마다 특화된 분야를 갖고 있다”며 “우리는 알파고가 뜨면 인공지능(AI)을 연구하고, 포켓몬이 뜨면 증강현실 연구에 투자하는 등 장기적인 안목이 부족한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출연연은 우리나라가 가진 양질의 전자정보 데이터를 과학화해 의료·복지·군사 등 공공 분야에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며 “차기 정부에서는 부처 칸막이를 없애고 범부처 공동의 콘트롤타워를 신설해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쓰나미에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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