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중 혐의 가장 복잡…답변·검토로 자정 넘어갈 전망검찰, 질문 수백개 준비…사실·법리 모두 다퉈 ‘장기전’ 불가피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게됨에 따라 조사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관심이다.20일 법조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지난 1995년과 2009년 검찰에 나와 뇌물수수 혐의를 위주로 조사를 받은 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오랜 시간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검찰 소환에 불응해 ‘골목길 성명’을 발표하고 고향인 합천에 내려가 버티다가 체포돼 구속된 전두환 전 대통령 외에 지금껏 검찰청에 소환 조사를 받은 전직 대통령은 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 두 명이었다.
1995년 11월 1일 대검찰청에 소환된 노태우 전 대통령은 17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가 이후 구속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30일 오후 1시 20분께 서초동 대검 청사에 도착해 다음 날 새벽 2시10분까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이들 두명의 전직 대통령 조사는 모두 기업인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에 초점이 맞춰졌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검찰 소환 전 재임 기간 기업인들로부터 5천억원대 ‘통치자금’을 걷어 3천여억원을 사용했고 1천700억원이 남았다는 내용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검찰 조사에 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오랜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00만달러의 ‘포괄적 뇌물’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이에 비해 박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는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명이 13가지에 달해 사안이 매우 복잡하다.
작년 10∼11월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박 전 대통령을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강요 등을 공모한 피의자라고 보고, 8가지 혐의 사실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수사를 이어받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을 적용해 5개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삼성그룹 등 대기업 뇌물수수, 대기업 인사개입을 포함한 최순실 이권 지원 의혹 등 주요 수사 줄기와 관련해 수백개의 질문 항목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뇌물, 강요 등 혐의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공모 관계, 박 전 대통령과 최씨, 기업 사이의 부정한 청탁의 존재 여부 등을 핵심으로 놓고 강도 높게 추궁할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박 전 대통령의 진술 태도도 조사 시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은 그간 대국민 담화, 언론 인터뷰, 헌법재판소 제출 의견서 등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을 전면적으로 부인했다.
따라서 21일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을 때도 각종 의혹 사건을 둘러싼 사실관계와 법리적 해석을 두고 검찰 측과 치열한 다툼을 벌이면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며 방어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이 받는 의혹이 전례 없이 매우 광범위하고 박 전 대통령 측은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하거나 모른다는 취지로 해명에 나설 것으로 보여 검찰의 반박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처럼 사실 관계 내지 혐의 확정을 위한 조사 자체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조사 완료 후 신문조서 검토에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조사 마무리 시각은 자정을 넘길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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