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집값 민원’ 걱정에… 공개 안 하는 공원 안전등급

[오늘의 눈] ‘집값 민원’ 걱정에… 공개 안 하는 공원 안전등급

강신 기자
강신 기자
입력 2017-02-21 22:40
수정 2017-02-21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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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경찰의 황당한 정보공개 청구 거부

2136곳 안전등급 전수조사…557곳 범죄 ‘취약·다소 취약’
본지, 공원 이름 공개 요구하자 “국민 생명·재산 보호 지장” 거부
속내는 취약지 집단 민원 우려…“레드등급 공개해 치안 개선을”


부모는 자식에게 늦은 밤 인적이 없는 공원이나 으슥한 골목길은 피하라고 가르친다. 우선 우범지대를 피해야 불필요한 범죄에 휘말릴 확률이 줄기 때문이다.
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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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만일 우리가 주변의 우범지대를 알 수 없다면 어떨까. 정부가 시민이 낸 세금으로 우범지역을 조사하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으면, 그리고 그 이유가 ‘국민의 알권리’보다 ‘집값이 떨어진다는 일부 시민의 민원’ 때문이라면 어떨까. 심지어 우범지역을 공개하면 개선 효과보다 낙인 효과로 더 위험해질 거라는 설명까지 곁들인다면….

1000만 시민의 안전을 책임진 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이 이 ‘비현실적 가정’을 현실로 만들었다. 세금을 들여 안전등급이 떨어지는 공원을 조사하고도 시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 5일 두 기관은 서울 안의 공원 2136곳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2017년 공원 안전등급 평가’를 발표했다. 안전등급을 그린(안전등급 높음), 옐로(보통), 레드(낮음)로 구분했는데 ‘그린’은 지난해 1422곳에서 1579곳으로 늘었고, ‘옐로’는 659곳에서 539곳으로, ‘레드’는 26곳에서 18곳으로 줄었다. 시민의 입장에서 내 주변의 공원이 얼마나 안전한지 알 수 있는 유용한 정보다.

하지만 두 기관은 공원별 등급은 공개를 거부했다. 레드 등급의 18개 공원은 특히 알려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레드’ 공원은 살인(미수)·강도·추행·절도·폭행·마약·방화 등 7대 범죄가 일어났거나 노숙자 문제가 큰 곳, 주민 체감 안전도가 낮게 나온 곳 등이다.

기자는 시민들로서는 마땅히 알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보고 발표 이튿날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 결과 서울시는 지난 14일, 경찰은 지난 16일 ‘공개 거부’라는 답을 보내왔다.

서울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1항 3호 ‘공개될 경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같은 법률의 제9조 1항 4호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와 범죄의 예방, 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 형의 집행, 교정, 보안처분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 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형사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라며 비공개 처리했다.

대체 안전등급 공개가 어떻게 국민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건지 두 기관의 ‘난해한 해명’에 혀를 차고 있던 터에 한 경찰 관계자의 ‘고백’이 귀에 꽂혔다. “레드 등급 공원이라고 발표하면 주변 시민들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다고 거세게 항의합니다. 아주 민감한 문제예요. 괜히 큰 불똥이 튈 수 있습니다.”

정리가 됐다. 시민의 안전보다 주변 지역 땅값, 그리고 그 땅값이 만들어 낼 집단 항의성 민원, 그리고 이런 민원에 시달릴 자신들의 처지…. 안전등급 공개를 거부한 그들의 진정한 우선순위다. 이들로 인해 이번 주말에도 우리는 ‘그린 공원’일 거라 애써 믿으며 ‘레드 공원’에 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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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7-02-2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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