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할 상이네” SNS 관상 “그 남자 만나봐” 출장 점괘

“창업할 상이네” SNS 관상 “그 남자 만나봐” 출장 점괘

명희진 기자
명희진 기자
입력 2017-02-10 22:22
수정 2017-02-1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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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흐름따라 변화하는 전통 점집

말끔한 복장·카드 결제 등 현대화
사주 관련 계정 카톡에만 100여개
“무속인들, 젊은층 눈높이 맞춰 영업”


“올해 창업하세요. 귀인이 들어오는 해라 큰돈을 만질 수 있어요. 그리고 그 남자는 나쁘지 않아요. 11월까지 만나보세요.”

새해를 맞은 김에 친구들과 최근 무당 신점을 본 신모(30·여)씨. 사주나 타로카드는 종종 봤지만 신점이라면 음침한 분위기가 연상돼 한사코 친구들의 제안을 거절해 온 신씨는 올해 흔쾌히 점을 보기로 했다. 점쟁이가 카페로 나와 점을 봐준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다. 신씨는 “신점은 무섭기도 하고 분위기도 이상해 보길 꺼렸는데 사람들이 다 있는 카페에서 평상복을 입은 점쟁이가 대화하듯 점을 봐줘서 편안했다”고 말했다.

신씨를 포함한 친구 셋이 둘러앉은 카페에 나타난 일명 ‘정 선생’은 깔끔한 코트와 세련된 가죽 클러치 백을 들고 나타났다. 역술인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한 외모와 복장이었다. ‘정 선생’은 생시도 없이 이름과 생년월일을 묻고는 직장, 가족, 연애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1시간에 복비는 5만원. ‘정 선생’은 “이 업계도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단 한 명도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없다. 더 적극적으로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가볍고 편한 분위기의 사주·타로 카페가 널리 퍼지면서 ‘전통 점집’도 빠른 속도로 현대화(?)의 길로 들어섰다. ‘정 선생’처럼 말끔한 복장으로 ‘출장 서비스’를 다니거나,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보내면 관상을 봐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절반 가격에 메일이나 카카오 보이스톡으로 상담을 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10일 한국무신교총연합회 등에 따르면 국내 무속인·역술인 숫자는 약 6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무속·역술인들은 점집을 어렵게 생각하는 이들이 카카오톡이나 메일 등 문자로 상담을 해오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기업 비즈니스 아이디)에 ‘사주’라고만 쳐도 100개가 넘는 아이디가 나온다. 지난해 말 카카오톡 상담 창구를 열었다는 한 도사는 “젊은이들 눈높이에 맞추고자 카카오톡을 열었다”며 “보이스톡으로 해외 손님들도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2만~5만원대로 형성돼 있는 복비는 카드로도 결제가 된다.

이원복 한국무신교총연합회 총재는 “무당·역술 업계가 시대 흐름에 맞춰 좀 더 친근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생존 전략을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들이 제대로 된 영성을 가진 이들인지는 의문이다. 손님이 없으니 좀 더 적극적인 영업 방식을 펼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7-02-1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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